잡상노트/잡동사니

홍알 홍알....

잉화달 2008. 7. 17. 15:51
아직 집에서 빚는 술은 금지였고,  양조장은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형편이 좋아져 새찬으로 항상 나오는 뱅어포와 파래고추장 말림, 참중나무순양념말림 등등
 
안주 3종세트와 함께 .....    막걸리는 농주라는 이름으로 들밥의 필수 음료 국민술이었습니다.
 
 
비록 쌀로 술 빚는것이 금지되어 주옥같은 동동주들이 모두 몰살위기였지만..
 
밀가루로 찐 술밥의 구수한 향기가 예술이었고.... 
 
세금 많이 내는 양조장은 박통의 정책대로 롱런 히트 흥행질주였습니다.
 
 
양조장을 운영 했던 할아버지께서는  이곳 저곳 방황하던 큰형님에게 양조장의 경리일을 맡겼습니다 .
 
지금은 매우 장남역할을 충실히 하는 순뎅이 큰형님의 그 시절은  .... 
 
믿겨지지 않겠지만... 도끼빗에 장발족의 후예로서...   
이상시런 금지곡 들으며,
무협지로 새벽 4시가 멀다하고 200원짜리 청자담배로 자욱한 연기속에 날밤을 까던.....
 
그날도 한장에 1백원씩 하는 쥐포 세장에...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사라진 오후였습니다.
 
 
급히 남은 쥐포 두장으로 시간제 알바비를 대신하고  큰형님의 미션 특명  "땜빵"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손님이 오셧는데...
 
마침 제성기라는 기계의 모터가 더위먹고 고장난 겁니다. 
(제성기 : 막걸리원액을 채로 거르고 물과 1:1 비율로 희석하고 가미하는 마지막 공정 기계)
 
무더운날은 기계나 사람이나 사고 참 잘 칩니다.
 
처음에는 2되들이 주전자 분량만큼의 원액(모레미)를 눈대중으로 넣고 또
 
눈대중으로 물을 부었습니다.   적정량의 삭카린 한줌을 넣고  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에게 맛을 뵈었습니다.  
 
손님 "좀 싱거운것 같은데?"
 
그래요?  원액을 좀 더 넣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맛을 보았습니다.
 
나 "이번엔 좀 진한것 같죠?"
 
손님 "그러게 조금 진허네"     이번에는 물을 좀 넣었겠죠?  그리고 맛보기를 수차례..
 
나 "에구 쫌 싱겁죠?"   (맛보다가 손님이나 나나 얼추 알딸딸하게 취해간다. )
 
손님 (화난 목소리로)"그냥 줘" 
 
"네~~  --;;;;"
 
 
이렇게 손님을 대여섯 차례 받다보니...  이제는  막걸리맛이 무슨맛인지
 
여기는 또 어딘지.. 제정신이 아니다..  
 
경리실을 간신히 찾아서..  의자에 앉았는데..  하늘은 빙빙..
 
뜨거운 여름날.. 파리 윙윙소리가  천사들의 날갯짓으로 보이고.. 
 
창살넘어로 담쟁이와 강낭콩의 덩굴손이 나를 유혹하는 그녀의 손길로 보이고
 
형님이 놓고 간 책상 위 무협지의 주인공 '북궁천악'이 되어 흑비림의 전라미녀와......
 
음양합일을 통해  운기조식.......   막걸리의 제독이 거의 이루어지일 즈으음
 
갑작스럽게  무림절대고수..  초절정의 금강불괴지신.. 백발의 사천왕의 등장이다....   
 
4-5시쯤 된것 같은데..   ~~~~~  드디어 우려했던 사태가...
 
 
 
  "이게 뭐하는 지랄여!!!!!!!!!!!!!"
 
 
- 할아버지의 불호령 -
 
 
 
그 여름 밤 우리집은 좀 소란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