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노트/잡동사니

그들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하천 정비의 현장에서, 그들에게 미안합니다)

잉화달 2009. 4. 27. 01:11

지난 4월 10일로 기억합니다.

저는 치성천이라는 하천정비사업을 하고 있는 정산지역의 하천의 둑방길을 자동차를 이용해 가고 있었고, 

아래 보이는 꼬마물떼새는 자동차가 다가가도 도망도 가지 않고  

300mm 밖에 되지 않는 제 카메라의 망원에  이 처럼 매우 가깝게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뿌듯해 했고, 유명사이트에 이 사진을 올리고 잘 찍었다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이 사진은 미공개에 처음컷입니다.     왼쪽으로 가슴털이 하나 삐죽이며 나와있었습니.

그리고 이 꼬마물떼새가 있는 근처에 제가 차로 다가갈때 인근의 여러마리의 꼬마물떼새의 삑삑소리가 들렸었습니다.

 

 저 눈빛이 순수하다며 좋아라 했던 그 놈입니다.   안타까운 속내가 묻어나는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

이제는 둥지를 품다가 나온 녀석이 어떤 모습인지 좀 알겠습니다.   

요맘때 부터 여름까지 저 가슴털이 날개의 털보다 바깥쪽에 위치하면 8할 이상이 둥지에서 알을 품는 녀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오늘 저는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번에는 흰목물떼새입니다. 

하천변의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위치는 장평면 죽림리, 칡목이 가는 길의 굽은도로변 하천입니다.   

사진으로 자세히 보시면,  이 친구도 옆구리에 흰가슴털이 정리 안된 모습으로 삐져나와 있습니다.

 

 제 차가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않습니다.   오늘은 왠지 이상해서..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0여분을 관찰했습니다.    

차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해지자...   흰목물떼새는 왔다갔다 하던 그 장소의 중앙 부분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내려 앉았습니다.   

한참을 지나 다시 돌아온 그자리에 그 때까지 어두운 표정으로 여러시간동안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뿔사~~!!!!   

 

저는 지금껏 흰목물떼새의 둥지를 본적이 없습니다.     다른분들도 무척 보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냥 일반적인 자갈밭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돌을 약간 모아서 가운데를 오목하게 하고,  그 속에 자갈이나 조개껍질 또는 약간의 마른풀

정도를 넣고 알을 품는다고 합니다.

바로 저 사진속의 흰목물떼새의 아랫부분입니다.   

 

그들은 결사적으로 둥지를 지키려고  육중한 자동차로 그렇게 가까이 갔는데도 

도망가지도 못하고 서성였던 것입니다.

 

 

 저 원 부분이 오목한 성의 형태를 하고 있는 둥지로 보입니다.

 

발견한 위치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알 낳을 곳이 많던 곳이.. 몇 주전 포크레인이 다녀간 후에

이제는 달랑 저 한군데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류부터 하천 바닥을 모두 정비해 올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4월 10일 정확히 제가 꼬마물떼새를 근접촬영한 그 날의 치성천의 모습입니다.

결국 꼬마물떼새는 그 둑방길 가운데의 자갈에서 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용배에서 정좌리까지 있던 흰목물떼새가 왜  백천리넘어  도자기공장 인근까지 올라가서 발견되는가..

이 곳에 해답이 있습니다.

1. 정좌리는 4월 들어 보에 농사철이 시작되자 물을 대어 자갈밭이 모두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2. 용배는 이렇게 생태공원을 만든다며 긁고 파헤치고 있고, 

3. 공설운동장 인근도 도민체전 하상주차장을 만든다며 모두 직강하천에 바닥을 파 헤쳤기 때문입니다.

 

 생태공원을 만드는 현장입니다.      생태가 무엇이지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곳입니다.  

 

용배보 인근의 생태공원은  보기에 깔끔한 공원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밴취와 정원수가 있는 공원의 모습에 새그림과 창문달린 탐조용 벽,

친환경소재? 답게 비소덩어리에 오일스텐처리한 방부목으로 산책로를 만들고

수서식물키우는 곳이라는 비닐깔린 인공습지등을 만들어 생태공원인 척 할 것입니다.    

멸종위기 2급 조류인 흰목물떼새를 몰아내고 말입니다.

 

둥지를 틀기에 부적합한 곳이 되어버린 공설운동장 주차장 부지 인근의 흰목물떼새 입니다.   (4월 9일 촬영)

매년 3일도 아니고, 단 한차례의 3일간의 도민체전 때문에

이 들 물떼새들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조물주의 숙명을 따르지 못할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 곳은 장평면의 낙지리에서 면소재지로 내려가는 하천입니다.      사람들은 또 그러겠지요?   

"그까이꺼~ 몇년이면 금방 또 지저분하게 나무 풀 나고, 물고기 새 투성이로 될텐데...깔끔하게 하는길에 히야 뎌!!"   라고..

사람이 중요하지.. 새가 중요한감?    이라고..   

사람이 중요하기에 무엇보다 새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를 모르기에.. 

그저 정말 정비를 해야 한다면,  좀 천천히 숨 고를 틈을 주며, 삽질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주변의 환경을 동시다발적으로 긁은 것은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 많은 생물들에게 동시다발적인 학살이 됩니다.

그것은 동시다발적인 생태계 교란이 되고, 우리에게도 동시다발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사진의 오른쪽은 제 차를 포함해... 벌써 수 많은 차들이 밟고 헤쳐놓았습니다. )

 

이 곳에서도  부디 포크레인의 곡괭이질이 다가가기 전에 새끼 육추가 끝나서

흰목물떼새 가족들이 함께 탈출이 가능하기를 바랍니다.

 

청양땅의 모든 하천바닥을 일제히 동시다발적으로 긁는 우리 사람들 덕에.. 

청양의 모든 하천의 자갈밭에서 서식하는 도요/물떼새류들이   올해 최고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들의 이주대책은 무엇입니까?      어딘가 최소한의 둥지를 틀 곳 만큼은 남겨야 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