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노트/잡동사니

구름이 된 소년시인 김민식 아니.. 아름다운 청년시인 김민식을 기억하며..

잉화달 2010. 1. 18. 01:32

작은 움직임

 

                                             김민식

 

 

내게는 아주 힘든 시절이 있었다.

나를 내안에 가두어 버린 그 시절.

그때는 그저 사는 게 조금씩 죽어가는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었다.

그러던 내 안에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20살이면 죽을 거라는 그 말은 그저 거짓이었다.

그 거짓을 깨닫는 순간 움직일 수 있었다.

 

 

 

 

빗속에서는 빗소리를 듣지 못한다

 

                                                       김민식

 

사랑 속에서는 사랑을 말하지 말라 빗속에서는 빗소리를 듣지 못하듯이 사랑 속에서는 사랑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움이 간절할수록 그리움을 잃고 헤맬수록 그 길은 더 멀어질 뿐이니…….

   

사랑 속에서는 사랑을 찾지 마라 느긋한 거리에서 빗소리가 가장 정겹듯이 평안한 마음에서 사랑이 가장 그립다.

   

오늘 나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세상과 만나는 저 빗소리들을 들으며 이 시간도 그리운 나의 사랑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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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하기 전 부터 민식이를 알게 되었고, 그리고 제 딸이 이제 13살이 되었으니 제가 그 친구를 알고 지낸지..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그가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때 부터 영글어가는 그 속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스무살 이후까지....  

그가 작곡하는 곡에서 그가 쓰는 시에서 그가 만들어가는 모든것 들에서 날마다 새로운 그의 에너지에 항상 화들짝 놀라곤 했었는데.... 

 

- 가져다 준 핑클의 브로마이드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던.. 그 소년이

 어느덧 이성을 알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청춘이 되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정신적인 사랑만으로 지고지순함을 즐겼던 그 사랑을 저는 모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 때는 몰랐었습니다.

 

- 무척이나 춥던.. 한파가 시작되던  그 맘때..   평소처럼 온라인에서 쪽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가 그 날 지구세상의 한 조각이 되었다는 것을....    어저께 까지도 몰랐었습니다.       

난 그의 부음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보름이 지나고서야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의금을 받기 미안해서라는 할머니의 배려 --;;   

그가 금강에서 구름이 되던 날.. 나는 그 옆 금강변에 있었건만........           

 

- 사망선고 이후 19년동안 죽음을 준비하며 담담하게 희망을 이야기 하던 아름다운 청년  

 

소년시인 김민식이라 불리던...  제가 아는 아름다운 청년 김민식씨는  2009년 12월 30일  오전까지 세상과 소통하고,  그날 오후 소리 없이 그의 이름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첨착되고 그의 몸은 다시 생명의 지구가 되었습니다.  구름이 되었습니다.     스물 여덟 짧은 그의 호흡은 이제 세상의 긴 호흡이 되었습니다.

 

소년 시절의 믿음, 청소년기의 희망으로 그리고 청년스러운 사랑으로 소망을 불태웠던 아름다운 청년 김민식....    부디 그 사랑 하늘에서 이루기를 바랍니다.  

늦게나마 제 기억 속의 김민식을 이렇게 기록해 두어야 겠습니다.

 

 

 

     

(2009년 어느날.. 아름다운 청년 김민식과...)

 

 

* 19년 동안 민식씨를 매일 보살피며 식사를 떠먹여주신 할머니와 하룻밤에도 수차례를 잠을 설치며 돌아 뉘어주신 민식씨의 할아버지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다시 들러 지난 19년간 단 한번도 이야기 해주시지 않았던 두 분의 말씀 못하신 속사정과  어려움을 듣게 되었습니다.           

28년간의 아름다운 인생을 살다 간 민식이의 뒤에는 더욱 아름다운 손길들이 존재했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몸이 많이 불편하신 민식씨의 할머니께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지난 13년간의 민식군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의 성장과 완성을 지켜보며 함께 했었다는 것 만으로.. 

제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올라가며 못다 한  민식이의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

컴퓨터서비스를 끝까지 내 일처럼 책임져 준 청양의 청심디지털 편태진사장님께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어제 할머니께서도 전화하셔서 고맙다고 하셨다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의 성장과 완성을 지켜보며 함께 했었다는 것 만으로.. 

제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