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야기/오강 팔정
금강에게 .... 조재훈
잉화달
2010. 4. 5. 03:40
금강에게
조재훈
둥둥 북을 울리며,
새벽을 향하여 힘차게
능금빛 깃발 날리며,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금강, 넌 우리의 강이다.
산맥을 치달리던 마한의 말발굽 소리,
흙을 목숨처럼 아끼던 백제의 손,
이스라히 머언 숨결이
달빛에 풀리듯 굽이쳐 흐른다.
목수건 질끈 두른 흰옷의 설움과
가난한 골짜기마다 흘리는 땀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고난의 땅을
부드럽게, 부드럽게 적시며 흐른다.
흐르는 물이 마을의 초롱을 켜게 하고
모닥불과 두레가 또한 물을 흐르게 하는
하늘 아래 크낙한 어머니 핏줄
금강, 넌 우리의 강이다.
그 누구, 강물의 흐느낌을 들은 일이 있는가
한밤중, 번쩍이며 뒤채이는 강의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아라
해 설핏한 들길을 걸어본 자만,
듣는다. 홀로 읽은 활자들이 일제히 일어서는 소리를
그 누구, 꿈틀대는 꿈을 동강낼 수 있는가
그 누구, 융융한 흐름을 얼릴 수 있는가
등성이에서 바라보면 넌 과거에서 오지만
발목을 담그면 청청한 현재, 열린 미래다.
정직한 이마에 맺히는 이슬,
넘기는 페이지마다, 발자욱마다
들창이 열리고 산이 열리고
꽁꽁 얼어붙은 침묵이 열린다.
둥둥 북을 울리며,
새벽을 향하여 힘차게
능금빛 깃발 날리며,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금강, 넌 우리의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