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주봉과 거꾸로 한반도 지형, 안남면의 배바우도서관
참 많은 것들을 배우게도 하고 생각하게도 하는 1년이 벌써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역사가 돌고 돌고, 물들이 돌고 돌아 순환하는 수레바퀴 세상사와 자연계에 얼추 반을 넘게 걸어 내려온 금강에서의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되돌아 볼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했습니다.
사진을 올리고 작은 맨트하나라도 날려야 하는데.. 그저 사진리사이징해서 올리기에만 바빳지... 그 쉬운 글 몇자 적는것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곗거리가 덕지덕지 따라 붙는 싯점에서..
방학은 단비가 되었습니다.
그 단비가 시원스런 장대비가 되어 우리의 바라던 맘 속 뿐 아니라 걸어가는 옥천땅 안남 연주리에도 내렸습니다.
15회차 1학기 기말고사날 실컷 비를 맞았습니다.
15회차 동안 항상 전날 기원하는 날씨가 다음날 되는 덕에 어찌나 하늘이 고맙던지. ^^
이제 두달이 못되는 방학동안 15회 동안 널어놓은 빨랫감들을 고이 접어서 보기 편하도록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담아온 금강의 편린들이 뽀송뽀송하게 언제든 입을 수 있는 옷장안의 뿌듯한 새옷이 되어..
계절이 바뀌고 찬바람이 불때 쯤엔 남들 앞에 뽐까지는 아니더라도 맵시있다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날 카메라가 없고, 함께 하신 어느 선생님의 똑딱이 카메라 솜씨를 올려봅니다. ^^
둔주봉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우리는 넓은 잔디밭이 유달리 많은 안남면의 면소재지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안남면 배바우 인근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어느 선생님께서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곳으로...
최고의 해설과 함께 걷는 행운의 코스가 되었습니다.
보은쪽에서 물산의 이동이 이 곳 안남에서 육운->수운으로 바뀌는 지점으로 오래전부터 나루와 저자가 형성되어 있었고,
배바우라는 지명도 그와 무관하지 않답니다.
넓은 잔디밭은 과거 그 번화했던 안남면소재지의 여러 상가건물들이었는데 대청댐을 막은 후에 다시 큰물이 가면서 마을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자 2차 추가 보상을 받고 떠난 자리를 잔디밭으로 꾸미게 된 것이랍니다.
옥천일대의 금강은 과거 신라와 백제의 패권다툼으로 항상 피비린내가 나던 천수백년전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고,(성왕과 4명의 좌평 3만 가까운 병사가 전사한 관산성전투 지역도 인근지역으로 추정된다는.. 덧붙임)
그래서 더욱 평안함을 원했던 사람들이 편안할安(안)자를 써서 안남이라 이름지었는지도 모르시겠다는....
제비집 많은 그래서 더 안남다운.. 아름다운 동네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피실로 넘어가는 마을길을 따라 가다가 등산로를 만나게 됩니다.
안남면에서 잘 정비를 해 놓아 등산하기에 어렵지 않은 나무계단입니다.
우리는 정상정복이 목적이 아닌 강 조망을 보기 위함이니.. 저기 전망대까지만 가면 됩니다. 다행입니다.
전망대에 다다르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속으로 어젯밤 기원했던 추절추절 비내리는 둔주봉치맛자락길을 걷는구나 하고 쾌재를 부릅니다.)
황급히 휘도는 거꾸로 한반도의 금강 조망을 찍고.. (운무에 비까지 와서 조망이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좀 더 전에 갈수기에 올랐던 둔주봉의 사진을 올립니다. 이 사진은 2010년 6월 초순의 둔주봉입니다.
비내리는 길을 따라 피실방향으로 콘크리트길을 내려갑니다. 이미 장대비 수준으로 변합니다.
파란치마가 접니다. ㅎㅎㅎ
도시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급한 요기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모습입니다.
이 전의 아름다운 강가의 숲길은 사진에 담으시지를 못하셨습니다. 비내리는 급속행군에.. 사진찍기가 도져히 여의치 못하셨나 봅니다.
대략 이런 모습의 산속길이 지속됩니다.
오래전 놀이공원에서 구입한 따님의 레인코트를 입고 나오신.. 삐리리 샘
이 곳 하천의 바닥은 모래뻘이 가득합니다. 아마도 대청호의 시작점에 편입되면서 유속이 느려지는 덕분에 생겨난 퇴적지형이리라 생각됩니다.
물안개가 운해처럼 보이는 비오는날의 산의 풍경은 어디를 가나 아름답습니다. 인왕제색도가 생각납니다.
전체 코스의 5/4지점을 통과할 즈음부터 점차 비가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결국 우리의 걷는 길.. 그 시간만을 내려준... 그렇게 환영해준 장대비였습니다.
보슬비로 바뀌자 마자... 다들 생태적 감성 발휘가 시작됩니다.
제 버릇 * 못준다던가요?
이 곳은 지난 6월경에 갈퀴나물들의 향연이 펼쳐졌던 곳인데...
그 자리자리마다 모두 실새삼들이 노랗게 뒤엉켜... 한때 번성했던 식물들의 종말파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과거 세월교의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다리의 부속이었던 콘크리트부재들이 널려있습니다.
푸짐한 고기파티가 열렸습니다. 말없이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신 옥천과 대청호 인근 지역의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류쪽에 오시면 맛난 밥 삽니다. ^^
안남면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보고 계십니다. (안남이 아름다운 이유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곳.. 배바우도서관입니다.)
그 곳에서 지난 15회를 걸으며 느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2학기가 되기전에 남겨진 방학숙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또 하나의 짐을 담고....
멋진 걷기에 비해 장황하기만 했던 15회차 후기를 끝냅니다. 총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