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냇가의 고유지명으로 하천의 옛 모습을 추측. 또한 도상구릉 지명도..

잉화달 2021. 4. 18. 22:35

예)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팔성리 앞 냇물을 따라 응천의 옛 모습을 추측해 봅니다.

 

한밭이(큰밭) - 토끼실 마을 앞쪽으로 한바지(한밭이)라는 지명이 있으니 이는 토끼봉자락의 끝자락 완만한 경사의 구릉에 큰 밭을 일구웠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중보들() - 중보들이 있는 곳 부터는 마을이 아닌 논이 발달합니다. 이 곳부터가 과거 홍수가 나면 하천이 범람했던 부분으로 범람원 그리고 하천생태학에서 포인트바(일종의 둔치)라 불리우는 지역이 일부 포함되던 곳입니다. 그 곳에 보를 만들어 논을 경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비안(휘도는 곳 안쪽) - 이어 지비천쪽으로 가다 보면 구비안들이 나옵니다. 구비안이란 말 그대로 물굽이의 안쪽이란 뜻으로 하천의 범람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에 위치하지만 구비가 되는 하천의 소와 가까워 물을 얻기 쉬운 곳입니다. 이런 곳이 기름진 논이 됩니다.

과거 널다리가 있던 응천생태공원과 곤재의 모습. 멀리 수레의산이 보인다. 

 

포강(팔성소류지) - 그리고 나타나는 곳이 포강밑이란 지명입니다. 포강은 예로부터 습지나 늪지대를 의미합니다. 사철 물이 모이거나 물이 움나는 곳을 포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금의 팔성소류지를 조성할 수 있는 지형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의미의 지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바깥(제내지와 제외지의 구분)이어지는 일대를 성바깥이란 넓은 이름으로 이야기하는데 이 곳은 말마리와 맞은편 다롱개(다롱개나루)로 이어지는 응천의 넓은 갈대밭 저습지와 하천을 팔성산 자락의 구릉과 범람하지 않는 들판과 따로 구분 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쟁이 - 흔히 모래사장이라 불리우는 곳들로 하천의 퇴적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최근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형적 특성이 있는 곳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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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몇가지 지명을 통해 보셨겠지만, 팔성산과 응천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마을과 밭 그리고 논과 범람원, 배후습지와 하천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또한 과거 응천이 곧게 뻣은 직선형의 현재의 모습이 아닌 중보를 지나면 구비안 쪽까지 휘어져 흐르기도 했었을 것이니, 말마리에서 조선시대 천방을 조성하며 논을 개척해야 했음도 지명으로 짐작해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밖에도 하천변의 도상구릉에 많이 존재하는 지명이 있는데...

 

큰 규모

부산(떠내려온 산), 올미(래산:떠내려온 산),

딴산(엉뚱하고 다른산), 통미(툭뫼:툭 튀어나온 산),

방갈미(휘도는 곳의 산), 중통(툭뫼들 중 가장 큰 툭뫼),

 

작은 규모

섬백이(섬이 박혀있듯 작은 암석 따위의 들판에 튀어 나온 곳),

00섬, 구양섬, 바우섬 등의 지명을 통해서도 오늘날의 지리학이나 하천생태학, 그리고 지질학과 연계할 수 있는 재미있는 뜻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