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쯤 전 돈도 없고, 생각도 없고, 무척 심신이 피곤할 때 였습니다.
태릉에서 올라탄 45버스, 그날 그날 즐겨 이용하는 교통편입니다.
왜? 다시 종점으로 돌아오는 순환버스니까요.
그날따라 조금있더니 묵동에서 잘 아시는 어르신이 올랐습니다.
그분은 청계천에서 내리셨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평소 앉는 제일 뒷자리에 편히 앉아서
차창밖의 풍경들을 구경하며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며 책도 읽으며 오늘도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후암동을 돌아 다시 청계천이 되어 그 어르신이 올라타셨습니다.
어? 어이 잉씨 또 만나네? 어딜가길래 또 여기서 만나나?
아 네.. (주저주저)눈치보다가 결국 "아 네.. 동대문에 좀 일이 있어서요"
라고 말씀드린후 버스를 내렸습니다.
에효.. 이번엔 지하철을 탔습니다.
시청에서 갈아탔습니다. 2호선으로.. 왜 2호선인지는 아시죠?
그때는 백수들에게 참 좋은 교통편이었습니다. 순환선이거든요...
을지로입구역에서.. 이런 제길...(또 아는분을 만났습니다.)
"어 이게 누구야? 잉씨 아냐? 반갑다. 그런데 어디 가니?"
(쭈밋 쭈밋) "네? 아 네.. 저 교대근처에 갈일이 있어서요.." -,-;;
"잘 됬네.. 나두 교대 가는데.." 같이 내리지....
어찌 어찌 대화를 이어가며 교대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 내렷습니다.
"아 네 저는 저기 저쪽으로 갑니다. 즐거웟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에효! 다시 비싼 250원짜리 보통권을 끊으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왜 난 간만에 지하철타고 사람구경한다고.
그저 시간때우며 맘편하게 한바퀴 도는데는 이게 최고라고.
추운 겨울, 연탄꺼진 자취방에 있는거보다 250원으로 즐기는 따듯한 겨울나기라고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난 내 삶의 궤적을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왜 난 아직도 다른 사람을 위한 연극으로 삶을 살고있을까.
냅둬유.. 내맘대루 살게...
왜 이렇게 말을 못할까... 그까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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