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이야기/젖줄일기

9월25일 백마강 걷기(백사장,가시박,전통배건조,낙화암,고란초,선착장건축)

잉화달 2009. 9. 25. 21:18

 

 강가의 백사장은 바닷가의 백사장과 다른 푹신함이 정말 좋습니다. 

이 백사장은 올해로 마지막이 될 백사장이네요.    더 이상 금강에서 백사장을 보기가 무척 어려워지겠죠.

 여지없이 올 7월부터 갑자기 출현한 미국산 가시박이 강가 주변 천지를 뒤덮었습니다.

 오이처럼 생긴 덩굴에 누구의 표현에 의하면 외계인의 안테나를 닮은 촉수...

 이렇게 생긴 꽃... 

(좀나방이나 뿔나방의 1-2령차 애벌레가 가시박의 꽃대를 먹고 있었습니다-공부해 볼 가치가 있음.)

 이렇게 생긴 독특한 열매...  오이나 참외.. 호박과는 전혀 다른.. .  모습의 열매와 가시

(7-8개의 씨앗이 들어있는 저 가시달린 열매가 한 덩굴에 1000개 가까이 열리게 됩니다-덩굴 1개에 오천개 이상의 씨앗이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덩굴은 하루에도 30-40센티가량 뻣어나갑니다. 엄청난 속도지요)

 열매.. 해부..

 호박씨 비슷한.. 씨앗...

낙화암과 고란사가 보이고...  노래방시설이 완비된 중국이나 홍콩풍의 초 현대식 황포돛배동력선  --;;

 

 4대강정비와 2010세계대백제축제에 맞춰... 새로운 배를  건조중.. 역시나 기름을 태워 움직이는 동력선..

 

 판옥선의 바닥을 닮은 강 또는 연안항해 용도의 납작한 배바닥

 

 둥둥띄운 선착장이 될 철근으로 만든 무늬만 기와집..  둥둥띄우기 위해 플라스틱기와 주문 중. 

(세상 모든 것들은 무늬만~~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가식과 치례로 물들어가고 있을때 다른 모든 사물들도 그저 엑세서리나 세트장 정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목표크기에 도달하지 못해 솎아져버린 마이너수박...  

경쟁사회의 마이너인간들의 미래를 보는 듯 싶어 슬픈...

 아직도 다 썩지 못하고 슬픈 수박

영의정을 지냈던 백강 이경여(1585-1657)가 효종으로 부터 받은 글씨가 새겨진 바위입니다.

내용은 지통재심 일모도원(至痛在心 日暮途遠)으로 '호란의 치욕을 씻지 못하는 비통함이 남아있는데 날은 저물고 길은 멀기만 하다'는 뜻이랍니다.   이경여선생이 부여에 낙향해 있던 중 북벌에 관해 상소를 올리자 효종임금이 그에 대한 답글을 내렸다고 합니다.   두 사람간의 대화속에서 당시 우리나라의 구겨진 자존감에 대한 비통함과 어려운 당시의 나라 살림에도 북벌에 대한 염원이 느껴집니다.

송시열이 쓴 글씨를 이경여의 손자인 이이명이  바위에 새기고 '대재각'이라는 사진속의 건물을 바위 위에 세웠다고 전해진답니다. (부여군 규암면 진변리 산3-1 유형문화제 제47호)

누각 정면 통로에 강력한 써치등 3개가 바로 어제부터 설치되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입구또한 모두 조명으로 막아 놓았습니다.(오늘 오전에 조명공사를 했고, 통로는 막혔다.)  

더 이상 이 바위는 조상들의 숨결을 따라 문화유산답사를 위해 찾는 이들을 맞기 보다  길 건너편 동네에서 즐길 밤풍경의 엑세서리 조명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좀 더 풍성한 배추밭을 위해 한참 커가는 은행나무를 죽이는 사람들의 ....

정히 이 자리의 은행나무가 부적절하다면, 차라리 한번에 밑동을 잘라버리는것이 어떨지... 

결국에는 고사한 후에도  죽은 밑동과 가지를 처리해야 하는 두번의 일거리.... 

꼭 이렇게 천천히 말려죽여야 하는지..

 낙화암에서 바라본 천정대와 청양쪽의 금강변

저 백사장과 올 봄 모두 태워버린 갈대밭속의 개개비와 멧밭쥐의 둥지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고라니들의 천국.. 버드나무 군락도 모두 사라질 것 같습니다.  

밤새워 몰래 세워놓은 임대료 100원짜리 비닐하우스뼈대는 평당 2-3만원씩 수백배 수익을 올리는 로또가 되어 보상받고 있지만,(노파심-수십년 농사터를 잃고 정상적 보상만을 받은 정직한 농부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보금자리를 잃게 될 수변식물들과 동물들은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을 해 줄까? 

태고적에 주전에서 밀려난 포자식물들이 바위 그늘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듯(고란초) ..

그렇게 인간사회에 원예나 관상용으로 편입되지 못한 모든 동식물들은

삶터를 잃어버리고, 모두 사라져 갈 듯 싶습니다.

신의 뜻대로 그들을 관리하려던 인디언들의 몰락처럼 말이죠.    

 고란사에서 옛 가락 영산회상과 산조를 들려주시던 무공스님의 대금이 울며 떨듯... 

그렇게 백강 주변의 현재의 주인들도 친환경적인? 인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슬프게 울부짖고 바르르 떨며 사라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