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범람한다.
바야흐로 미디어의 시대에서 손에 채이고 발에 걸리는 것들이 이미지들이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상을 통해서 붓으로 복사되던 시기를 지나, 20세기 염화은에 의해 감광 처리 되던 필름과 인화지들, 그리고 ccd로 cmos로 촬상소자에 의해 숫자화되고 램덱과 빠른속도의 그래픽처리엔진을 장착한 비디오카드를 통해 나타나던 이미지들. LCD와 프로젝터, 다양한 프린팅을 통해 표현되는 21세기의 디지털 영상에 이르기까지..
스틸사진부터 연속적인 동영상까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세상의 사람들은 역동적인 지구의 모습과 뭇 생명들의 삶을 다양한 형식과 재료를 통해 표현해 왔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우리는 수 많은 그 사실적 결과물들로 학습되어지고 기억되어왔다.
굵직하고 거친 붓 터치를 통한 과감한 색채와 생략.. 그리고 다이나믹하게 빙빙 도는 고흐의 붓춤의 끝자락을 기억한다. 그리고 물과 관목림, 연잎 사이로 비추이던 모네의 그 빛을 기억한다.
지독히도 사실적인 묘사들은 고흐 이후 퇴색되어 갔다. 사진에게 그 바톤을 물려주었다.
그러나 이제 21세기 그에 반기를 드는 고집스러운 그림쟁이가 있다.
[조작된 풍경] 53 x 73cm 유화 강민구
언제나 바라보는 냇가의 물결과 그 흐름의 반복속에서 시간의 프렉탈과 생명과 영원을 위한 파동을 느낀다.
대기권과 암석권 사이... 우리네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곳이 물의 영역 수권(水圈)임을 배웠다.
그의 그림은 멀리서 보기에 언뜻 그저 사진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몇 발자욱 더 가까이 서서 그 붓놀림의 향연을 느껴보자.
두껍게 칠해진 물감 사이를 누비는 그의 붓끝을 통해 물을 해부하고 그 본질을 찾는 느낌이다.
생명의 본질... 말이다.
[흐름] 227.3x181.8cm 유화 강민구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왜 가장 흔한 원소가 질소도 아니고 규소도 아닌 산소가 되었어야 했는지 안다.
(지구 속까지 계산하면 철 또한 지구의 주류를 이루는 원소이다)
어째서 태양은 지구를 위해 섭씨 영도를 기준으로 더하기 빼기 50도의 벨런스의 거리를 두고 불타고 있는지... 태풍은 왜 항상 적도에서 극지방쪽으로 수직비행을 하는지..
그리고 지구는 매일 뱅글거리며 그 물들의 순환과 더불어 골고루 온도를 유지하려 하는지...
왜 물들이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더 낮은지 이제 안다.
그저 물이 좋아 10년을 넘게 물만을 그리는 그리고 그 물결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물 같은 화가이다.
왜 21세기 그 토록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여러 매체들이 많은 이 시대에 고집스럽게도 붓과 캔버스를 통해 말 그대로 한터치 한터치 그려가는 바보같은? 인내의 화가가 존재할까?
그런 의문으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왜 물을 그리세요?
특유의 해맑은 웃음으로 답하는 강민구 화백 "물이 나니까, 당신이니까" "물이 세상이니까"
지난 10년간 캔버스에 그려진 그의 물들을 보면 매우 두꺼운 물감 층 위에 물이 그러하듯 세밀하고도 힘찬 붓끝으로 골골이 흘러간다.
그의 붓 끝에는 일종의 물에 대한 경배가 깃들어 있다.
캔버스에 물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첨착되어있다.
어저께 다시 그의 작업실을 가 보았다.
헉 소리가 난다.
그 동안 분명 그의 물들은 흐름이었다. 선이었다. 고흐의 하늘이 그렇듯 모네의 연못이 그렇듯..
그런 그가 2011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무모할 정도의 말 그대로 한땀 한땀... 점묘를 통한 물의 표현..
(2011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작가의 새로운 창작과 관련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2000년 이전의 강화백의 그림은 사실주의로 정착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을 찾는 시간이었다.
2000년 이후의 그의 그림은 점차 지독히도 사실적인 물에 대한 집착으로 근래 대부분의 화가들이 시도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화풍을 전개한다.
2011년 .. 이제 그의 물들은 더욱 지독스러운 정성으로 분화되어 간다.
아니 단순화 되어간다. 더욱 복잡하고 힘든 묘사를 통해... 물들의 근원을 쫒는 강민구 작가.
이제 그 세번째 변신을 기대해 본다.
흘러도 흘러도 변치 않는 그의 해 맑은 웃음속의 촉촉한 생명의 물기를 느끼며...
'내가 물이다.' 인근의 표구상에서 만난 강민구작가. 익살스럽게 액자 안에 자신을 넣고 물임을 주장한다.
사진만 봐서는 '물'이 아닌 '무리'다. ㅋㅋ
액자 속으로 즉흥적으로 물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이럴때 보면 그는 마치 10대 소년 같다.
이웃집 친한 형님 같은 강민구 작가
넉넉한 웃음과 다르게 그의 작품은 한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스며드는 속 깊은 물처럼 꽉 차있다.
물고가 트이기를 기다리며, 언제고 폭포수 처럼 콸콸 흘러줄 준비가 되어있다.
메마른 세상이다.
씁쓸한 뉴스들이 많은 요즘은 우리 모두 목이 마르다.
이제 그가 예비한 화폭의 물들을 통해 그 흐름을 함께 느껴 보자. 흐르는 세상을 꿈꾸자
목을 축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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