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할아버지를 따라 읍내 다방에 가면, 레지이모의 한복차림이 참 고왔다.
쌍화차도 좋지만, 멕스웰하우스 가루커피에 뜨건물과 달걀 넣은 모닝커피.. 나도 마셔봤다.
자랑스레 한산도 담배 피우시며 거들먹이시는 읍내 목욕탕집 사장님이 기업가로 보였고,
예식장겸사진관 집 사장님이 예술가로 보였다.
80년대 형님따라 눈치껏 자의반 타의반? 끌려간 다방에는 맥심커피 향이 그윽했고,
나이아가라퍼머에 진한 아이샤도우... 검정정장스커트에 살색스타킹이 탐스러운 종아리의
누님들이 꽤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던 기억이다.
90년대 서울서 귀향해 내 가게에서 시키던 다방커피는 맥심에서 원두로 바뀌어 있었다.
다방전화번호들을 줄줄이 외웠지만, 아가씨들도 꽤나 이뻤다.
200여명이 넘는 읍내 다방의 아가씨들 중에는 연예인 잡지에서나 볼듯한 미모에
잘난 자존심으로 티켓도 골라서 끊고, 지적배달도 튕기는 아가씨가 많았다.
그래도 이뻐서 다 용서되었다.
이뿐아가씨 왔다 싶은 다방에는 아저씨들이 줄줄이 줄을 섰었다.
어저께 장날 간만에 씨앗가게 하시는 형님댁에서 커피를 대접받았다.
커피값은 2000원 기본이 3잔임으로 대략 6000원 되겠다. 작년 대비 25% 올랐다.
아가씨는 10분 정도 앉아있다가 간다.
말 실수 잘못하면 혼난다.
성남에서 온 아가씨였는데, 괜히 빅뱅이 꼬질하다고 했다가 무쟈게 혼났다.
이제 시골다방은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이다.
빅뱅이라는 영어단어도 알아야 하고, 부산에 노량진 시장이 있고 거기서 써빙하다가
왔다는 아가씨가 있으면, 그대로 믿어야 한다. 또한 아가씨들은 모두 인테리인지라..
영어/중국어/태국어/따갈로그(필리핀원주민어)/스페인어 까지... 기본으로 2개국어는 한다.
물론 동남아나 북쪽에서 오신 분들 이니까.
(이 아가씨들로 부터 들은 정보에 따르면 대구에 청계천변에 까페가 많덴다)
커피값은 비싸지기만 하는데, 예전의 친절은 온데간데 없고,
나름의 농염함은 맨발에 슬리퍼, 츄리닝차림이 되었으며,
가벼운 농담거리도 이제는 눈치봐가며 해야한다.
그나마 조금 친절한 분들은 역시 북쪽이나 남쪽나라에서 오신 글로벌40대 이신데...
대부분 상황에 따라 식당에서 일하시다가 다방에서 일하시다가 하시는 분들이다.
여권신장? 아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女권을 旅권으로 아시는 분이다. --;;
참여정권시절부터 어렵다 어렵다 해도 도시의 향락산업은 엄청나게 발달해서,
예전에 시골로 돈벌러 내려오던 도시처녀들이 모두들 노래방도우미하시거나
서울의 유흥가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6000원짜리 커피 배달 16시간 다니며 200만원 버느니 차라리 서울에서 밤에만 6시간 일하고
300만원 벌겠다는데 누가 뭐랄꺼냐...
결국 시골의 다방은 이제 낭만도, 설레임도, 해학도, 쎅시함도 모두 상실한채..
추운 서울경기보다 더 추운 농촌경기를 실감하며, 그 예로 잉화달은 씨앗가게 형님댁에서
다방아가씨에게 돈주고 커피먹고 욕먹었다. --;;
다방아가씨를 빙자한 아줌마?가 좋아하는 빅뱅을 잘 모른다고 --;;;
다음부터는 대성이 하고 승리가 동방신끼가 아닌 빅뺑이란걸 꼭 알고 커피시켜야 겠다.
두꺼비눈의 37살의 싱싱한? 젊은 성남처녀에게 욕 안얻어 먹으려면....
그도 아니라면, 그래도 아직 친절한 글로벌 누님들의 순수한 눈매를 찾아 지적 배달을 시켜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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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동네 태안군은 추억의 안내양 버스도 관광체험 차원에서 확대 실시한다는데요?
우리동네도 관광꺼리 차원에서 빈티지 복고 다방 체험이나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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