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이야기/젖줄일기

6월 20일 말라가던 농심에 촉촉한 비가.. 제초제뿌린 논둑따라 흙탕물

잉화달 2009. 6. 20. 19:42

최근의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여름철에 지역적인 집중 강우를 증가시켰고, 따로 있던 장마철을 없앴으며,

여름의 우기를 제외한 모든 계절의 강우량을 감소시켰습니다.

 

그러다보니 양수기와 관개가 발달한 요즘시절인데도, 

올해 봄가뭄에 몇몇 산속의 논들은 모내기조차 못한 곳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알게된 어느 귀농하신 형님도 집 앞의 천수답에 모내기를 못해 큰 걱정을 하셨었는데..

이런 형태의 물대기가 수월치 못한 어느 논의 어제 풍경(19일)을 찍은 사진을 몇장 올려봅니다.

 

 논바닥은 푸석푸석하고 갈라졌습니다.  벼는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 생명만 부지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심각한 곳은 이렇게 쩍쩍 갈라진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수로를 만들고 관개시설이 잘 되어있는 저지대의 논들은 예외입니다.

 

아침부터 잔뜩 흐립니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부들의 이삭이 핫도그모양을 갖춰가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논병아리가 살이 통통한 것이...   새끼를 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칠갑자에서 바라보는 대덕봉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호수 아래로 굵직한 장대비가...  수많은 동그라미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오늘 비가 올 것을 알고 어저께서야 심은 정좌리의 고구마순에서 부터...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자녀들이 와서 함께 비닐멀칭하고 일일이 물을 주어야 했던 참깨밭도 촉촉해져 갑니다.

 

 그러다가 한가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 논 가운데 물이 그득한 것이 보이죠?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물이 맑았습니다.

그런데 저 도랑을 보면 흙탕물입니다.    이런 흙탕물들이 어디서 오는걸까요?

하천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진상에서 뒷쪽의 하천을 보면 이 도랑에서 흘러내려오는 흙탕물때문에 누렇게 변하는 것이 보입니다.  300미리쯤 온 여름 큰비도 아닌데;;;  이렇듯 냇물들이 흙탕물로 변합니다.

제가 어렸을때는 보지 못하던 풍경입니다.     그 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대한민국 어느곳이나 논둑 밭둑이 제초제로 인해 흙이 그대로 비에 노출되게 된 점 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누렇게 죽어버린 논둑에서 흙탕물이 핏물처럼 강으로 흘러갑니다.   저 흙탕물은 개울 바닥에 뻘층이 되어 쌓입니다.

그 역할은 최근에 많이 세워진 콘크리트 보들이 도와주게 됩니다.    

결국 눈으로 보이는 하천의 물들이 맑지 못하고 더러워 보이는데 제대로 한 몫을 하게 됩니다.

제초제의 큰 역할 가운데 하나이지요.

 그래서 500m쯤 좀 더 상류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물이 매우 맑습니다.

 

 그런데 이 맑은 물이 사진의 윗쪽에 보면..  붉게 변하는 부분이 보일 것입니다.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하천변에 불법경작을 하는 고추밭과 채소밭의 경계사면에 제초제가 뿌려져 누렇게 황무지가 되었고 따로 둔치도 없는 호안으로 곧 바로 미세한 토사들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흙탕물지역과 맑은물 지역이 명확하게 들어납니다.

 

이 곳은 하천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통적인 수구맥이나무들이 지켜주고 있는 역사 깊은 하천입니다.

그리고 현대적 감각으로 하천바닥을 긁어 물이 빨리 내려가도록 몇일전 공사를 한 곳입니다.

물론 물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더군요.   흙탕물이 되어서...   --;;

위에 설명했기에 더 이상 이 흙탕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지천일대에 전통적인 수구맥이나무들을 많이 심어 하천트래킹과 연계한다면 요즘 뜨고 있는 훌륭한 걷기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날아오는 새들과 함께 훌륭한 생태자원이 됩니다.

 

 자연스러운 논둑의 모습입니다.  심지어 관목까지 둑방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저 나무 윗쪽도 논입니다.

 

 논둑에 제초제를 뿌린 곳 입니다.

한 여름인데도 논둑은 사막과 같습니다.  

논둑에 제초제를 뿌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풀이 있으면 두더지가 생기고, 두더지의 굴이 생기면 큰비가 왔을때 논둑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관행농의 논둑에는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이고, 두더지가 살 수 없도록 두더지 박멸용 농약을 뿌린답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제초제를 뿌려 논둑의 풀들이 모두 죽게되고, 흙이 푸석푸석한 논둑은 오히려 풀뿌리 나무뿌리가 지지해주는 논둑에 비해 훨씬 더 큰비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두더지의 굴에 대해서는 다른 형태의 논둑보강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이 더 현명하고 옳은 것인지 솔직히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농사의 편리성면을 놓고 본다면 두 이야기가 서로 분분할 수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본다면, 제초제를 뿌리는 것이 모든 농사에 옳다고 볼 수 없다면, 풀들을 초토화 시키는 화학제제를 굳이 돈들여 사서 뿌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제초제 남용지역, 밤나무 산입니다.   

제초제는 풀도 죽이지만 장기적으로 뿌린 오래된 밤나무 산에서는 나무에서도 피해상황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해전 부터인가?  하기로 했던 정부의 계획...

항공방제 대신 농가에 예산을 주어 저농약 밤 생산하도록 한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30-40미리의 비에도 냇물이 흙탕물로 변한다는 것은..  초목이 모두 사라진 북한의 산과 하천에서나 볼 수 있는 슬픈일입니다.     다시한번 제초제를 자제해주세요.  

 

 맹금류 철새의 이동때가 되면 30센티급의 작은 비둘기조롱이부터 덩치 큰 수리류도 모이고 모여 함께 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일제히 들판에 나타나게 되나 봅니다.    마치 곤충과 식물이 일제히 생겨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어제 장수평들에서 올해 처음 보았던 새홀리기 또한   오늘 냇물을 따라 40킬로미터를 올라온 농소리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비를 많이 맞았는지..  털고르기를 한참 한 후에 포즈를 취했습니다.

털고르기 전의 흉악한 몰골은 본인이 공개되기 싫어라 할 것 같아..  않올리겠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자전거탄 할아버지가 지나갔는데.. 역시나 어제의 새홀리기처럼 논가운데로 내려가서 저공비행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군요.    

겨울맹금류인 말똥가리나 쇠황조롱이라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도망갔겠죠.

새홀리기의 진한색깔과 들판의 검푸른 여름빛이 일치해서...  일종의 보호색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름들판의 특성을 잘 아는 여름맹금류로서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생각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촉촉하게 젖어 피어있는 고추의 하얀 꽃을 보았습니다.

그 유래에 대해 말이 많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청양지방의 명품농산물이 된 청양고추입니다.

공교롭게도 종자 청양고추가 지역 청양고추와 이름이 같고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홍보까지 하니.. 

제대로 씨너지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브랜드에 투자하는 비용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래도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고추를 제 값에 팔 수 있으니 청양고추가 유명해진 건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구릉성 산지에 물빠짐이 좋고 대륙성기후에 분지이다 보니 동네인건 분명하니..당연히 고추농사가 잘 됩니다.

분지임에도 물빠짐이 좋은 것은,,,  

전형적인 감입곡류인 지천의 중류가 칠갑산 줄기를 갈짓자로 요리조리 피해서 잘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지천에게 감사하는 밤입니다. 

청양고추(지역이름으로서의)의 매운맛의 비결에도 지천의 배려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