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생태이야기/새가지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이야기

잉화달 2010. 8. 31. 22:54

싸리나무나 갈대, 억새 숲에서 떼지어 다니는 친구들...

마치 망설이다가 눈치 보며  뜀박질로 하나씩 둘씩 건너는 시골의 어린아이들의 시간차  찻길건너기를 보는듯 한... 

그리고 나무와 나무사이.. 숲과 숲사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날아가는 듯 꼭 그렇게 보이는 귀여운 날갯짓이 아름다운 새...

 

우리는 이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어린시절부터 뱁새라고 불렀습니다.

궂이 우리가 쉽게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생물도감에 있는 어려운 이름을 써야 하나 싶은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뱁새라는 이름만큼이나 잘 알려진게 붉은머리오목눈이 이니.. 어쩔 수 없이 두 이름을 함께 외울 수 밖에요.. ^^

 

어짜피 망원렌즈를 끼지 않으면 찍기도 어렵지만...  망원렌즈를 끼워서 애써 앵글을 맞춰봐도...

쉴틈없이 그리고 제대로된 포즈 한번을 안주며...  수시로 숲속에서 움직이는 저 친구들의 사진을 담아는 것은 조류사진전문가들에게도...  무척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잠시 동영상으로 이 친구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지져귀는 수다소리를 보고 듣고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참새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요즘  하천변에서는 아마도 참새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뱁새일텐데요..    그럼에도 의외로 뱁새를 보았다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이네들이 얼마만큼이나 수줍음이 많은 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뱁새를 보면..  속담들이 잘 이해가 갑니다.

일단 "뱁새가 황새 쫒아가려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은..    황새와 뱁새를 보는 순간..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되죠?     저주받은 짧은 다리는  오히려 그 오목하고 귀여운 머리와 고운 갈대색깔의 몸통과 너무도 잘어울려...  앙증맞기까지 한데요..   정말 짧구나  가랭이 찢어질만 하구나 라는 말이 나오죠.

 

그런가 하면 생김새가 작고 오죽잖아, 불품없어도 제 구실을 다 하는 경우 "뱁새는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 가시덤불(장미과의 딸기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뱁새둥지를 보면 예의 그 예쁘고 흰색 또는 푸른알들이 얼마나 이뿌고 사랑스러운지..   또한 그 작은 뱁새엄마가 얼마나  훌륭한 엄마로서 믿음이 갔으면...

뻐꾸기가 자기 새끼를 키워달라고 해마다 단골로 찾아와 탁란을 부탁할까요.

자기 덩치보다 더 큰 뻐꾸기의 새끼를 먹이주는 모습을 보면...  뱁새의 모정은 어리석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남의 새끼인줄 알면서도...  품은 정과 더불어 그래도 생명이니 거두마 하는  박애정신으로 키우는건 아닐지....

 

아무튼 이 작은 친구들이 지금 껏 우리나라 환경에 잘 적응하며 그 수를 유지하는 재주와 비결은...

 

 1. 그 쉴틈없이 부산함과 수줍음으로 무질서 한 듯 하면서도 질서있게 숨는 놀라운 회피 기술.. 

 2. 갈대줄기에 몸을 맡겨도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나비같이 가벼운 체중

 3. 가시덤불 속에 알을 낳으며 그 가시덤불을 자주자재로 날 수 있는 작은 몸통 

 4.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뛰는 듯 한..  조용하면서도 부산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날갯짓

 5. 항상 무리지어 협동하며 살아가며 서로를 경계해주고... 맹수로부터 보호하는 협동정신 등등..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다가갈 때 마다 분주하게 찍찍거리며 서로 대화하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뱁새들...

그네들의 대화 내용이 궁금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 작은 덤불 숲에서 항상 무엇을 이야기하며...  무리지어 살아갈까... 그네들의 수다가 궁금해집니다.

 

 

여름 한나절 큰 비가 오고 난 길가에 머드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이리 저리 부산하게 살피며..

열심히 진흙목욕을 즐기는 뱁새들입니다.

 

 갈대줄기에 항상 세로로 몸을 맡겨도...  휘지 않습니다.    참 가벼운 몸을 가졌습니다.

   저 오목하게 들어간 눈 두덩 속에...   작은 쥐눈이콩 하나 붙여 놓은 것 같이 귀여운... 눈 그리고 쥐방울 만한 저..  작은 입으로 쉴 새 없이 서로 수다 떨며... 경계하고 대화합니다.

 

 

이 날 제 카메라가 500mm 망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작티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청색을 띈 뱁새의 알입니다.

(사진 - 함께 하신 전샘 작티-wh1)  

 

겨울에는   이런 모습의 둥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둥지는 조금 특별하게 보온효과가 좋은 비닐하우스의 비닐소재를 활용하는 문명의 자재를 재활용하는 대범함과 현명함을 보였더군요.

 

뱁새....   부산하면서도 듬직하고, 수줍으면서도 대범한 ...  무엇보다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매력덩어리임을 증명하는..   멋진 한국의 새를 기억하기 위해 특별히 포스팅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