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덥지 않은 경솔함 몇개가 속도를 붙이고 날을 갈아 누군가를 겨누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결국 달아나고픈 생각에 산에 올랐습니다.
날 수 있는 친구들은 인간들이 수 없이 날리는 비수를 피하면서도 햇살을 받을 수 있지만,
날지 못하는 친구들은 결국 사람과 공간과 시간을 공유할 수 없기에...
공간으로 숲을 선택하고, 시간으로 밤을 선택해 인간과 나누어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밤중에도 빠르게 왕래하는 인간들 덕에..
수 많은 짐승들이 로드킬을 당합니다.
한 달 가운데 달빛이 풍성한 15일 가량은 동물들이 밤 사이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포유류들이 야행성으로 바뀐 것은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 불과 수만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 그들은 부엉이만큼, 박쥐만큼 어둠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달빛과 바람이 없는 날을 좋아합니다.
달빛은 그들의 불편한 시력을 보완해주고,
바람이 잔잔함은 그들의 후각으로도 살필 수 있는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몇 해전 바람이 몹시 불며, 달빛 하나 없이 비가 오던날... 집나간 나를 찾아오다가 숲을 헤메며 집을 찾지못하던 우리집 개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참 난감했었을 것입니다. 큰또리는 그날 밤 12시경 저수지 근방에서 찾았지만... 작은또리는 바람이 멈추고 대낮이 되어서야 초췌한 모습으로 산속의 집으로 간신히 돌아왔었습니다.
사람이 신발을 신으면서 지진을 예지하는 능력이 사라진 것은 전에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사람이 불을 사용하면서 부터 밤을 낮으로 바꾸고, 스스로의 야간 시력과 청력 후각, 촉각등을 퇴보시켰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의 동공이 밤을 원하고 적응할 줄 압니다.
달빛이 조금이라도 있는 날이면, 어지간히 작은 빛도 모두 모아서, 어렴풋이 어스름하게 나무와 길의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달과 함께 하는 밤 산행은 항상 포근합니다. 손전등을 끄고, 달빛에 의지해 길을 거닐 때의 그 포근한 느낌
아마도 인류도 언젠가 야행성이었을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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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동물집단의 로드킬은 기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조류
조류들은 바람이 몹시 불규칙하게 부는날에 로드킬이 많고,
양서/파충류
피가 차가운 양서/파충류들은 비가 온 다음날 몸을 녹이기 위해 길가로 나왔다가 변을 당합니다.
어느 도마뱀의 슬픈 최후
포유류
하지만 포유류들은 전날 밤의 달빛의 양과 습도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달빛이 환하면 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서 그만큼 로드킬의 확률이 높고,
습도가 높아지고, 기압이 떨어지면 비오는 다음날 숲속에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체온을 지키기 위해 활발히 먹이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달빛이 꽤 잘 들면서 달무리가 지는 날의 경우 다음날 비가 오는 날입니다.
이 날이야 말로 동물들의 밤 사이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결국 다음날 여기 저기서 길 가운데 널브러진 로드킬로 들어나게 됩니다.
곤충
1년생이 많은 곤충의 세계에서의 로드킬은 대부분 가을철처럼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많이 일어납니다.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며, 수명을 다하거나 힘을 다할 때 쯤에 차에 의해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리가 부러진 사슴풍뎅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아까 써야지 했던 것들을 조금 정리하고 나니... 제 마음도 생각도 좀 정리와 안정이 되는 듯 싶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낮에 사람이 많은 세상으로 나아가렵니다.
어디서나 주목받는 얼큰이에 흰피부, 그리고 비중있는 케릭터는 부담스러운 제 몸무게 만큼
몹시 저를 피곤하게 합니다. ^^.
한밤중 산에서 느끼는 고요속에서의 나는 철저한 엑스트라여야 합니다.
세상에서도 엑스트라이고 싶습니다. 비록 뜻하지 않은 달밤의 로드킬을 당할 지언정...
달밤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스포트라이트와 회자되는 나는 부담스럽습니다.
헤드라이트를 받은 당황스러운 고라니의 굳은 표정은 곧 그 밤의 슬픈 로드킬을 뜻합니다.
조명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제 맘대로 제 뜻대로.... 자유롭게.. 그렇게 밤을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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