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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BS 물환경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산꽃마을의 - 에코 프로포즈 '나무이용 하천정비'

잉화달 2014. 12. 16. 02:59

<나무를 이용한 하천정비 이야기>   복권승

 

1. 마을 도랑, ‘편리함속에서 잊혀지다.

 

안녕하세요, 충청남도 청양군 산꽃마을의 도랑살리기와 함께 했던 복권승입니다.

오늘 이 특별한 자리에서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우리 산꽃마을의 지난 10년간의 이야깁니다.

 

 

우리 마을에는 작은 도랑이 있습니다.

 

 

이 도랑의 모습은 2001년 이후 확 달라진 모습입니다. 도랑 양 옆에 블록을 쌓고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고.. 구불구불하던 물길도 1자로 쫙 만들고. 이렇게 만드니까 농사짓는데 엄청 편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무너진 도랑을 정비하거나 농수로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직강화된 호안블럭과 바닥 콘크리트 모습.

 

편리와 더불어 마을 앞을 여전히 흐르는 도랑은 주민들에게서 잊혀졌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산꽃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을 통해 산골 오지마을을 바꿔보겠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마을에 오고 아름다운 칠갑산 자락의 산세와 인근 숲의 맑은 공기를 즐기고 농산물을 구매 해 갑니다.

그런데 오셨다 가시는 분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소각으로 심각했던 도랑의 옛 모습(2009년)

 

마을 앞 도랑은 왜 물고기가 없고 콘크리트 포장에 쓰레기만 있지요?

서울 같아요

들꽃 산꽃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산꽃마을이 되니, 물고기도 살지 않고 쓰레기만 난무하는 버려진 도랑이 더욱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과거 중퇴미(버들치)도 잡고 가재도 잡아 구워먹고 빨래도 빨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이던 쉼터, 도랑이 이제는 마을의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2. 도랑살리기 시도하다

 

2008년경 도랑살리기를 전문으로 하는 물포럼코리아와 손을 잡고 도랑살리기를 하려 했으나 경사가 너무 급하고, 콘크리트를 걷어내면 물이 마를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이번에는 청양군과 손을 잡고 40M 가량 도랑 부분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돌로 석축을 쌓아 도랑을 복원해 봤습니다. 그 짧은 구간에 총 35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며, 폐콘크리트의 양도 엄청났습니다. 나머지 1Km구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모두 걷어내면 도랑은 살 수 있겠지만 33~4억원의 돈을 들여 복원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느냐? 그리고 발생하는 폐콘크리트는 또 다른 환경오염이 아닌가...

이장님은 아쉬움을 달래며 40M의 구간이라도 활용해 아이들이 물놀이라도 하게 하려고 널빤지로 도랑을 가로막아 물을 대어 보았습니다.

최소한 40M의 공간에서는 물고기들의 뛰어놀고, 생태체험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이 후 2012, 도랑살리기에 대한 2차 기회가 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40M를 작업하면서 4천만원이

들었는데 고작 1천만원 예산가지고 어떻게 나머지 1Km 구간을 바꾸느냐는 거였죠.  역시 이곳은 도랑살리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물고기와 가재가 돌아오고 이전처럼 개구리가 사는 도랑이 돌아오기를 염원했습니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도랑을 살릴 방법이 없을까? 함께 고민하는데, 그때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01년 이전의 도랑 모습. (계단형의 여울과 소가 보입니다.)

 

옛날 우리 마을 도랑은 물이 고인 소와 폭포형태의 여울이 반복되는 계단식 패턴이었거든요. 그 옛날 모양으로 도랑을 만들어보자. 그런데 돈이 없는데 뭘로 만들거냐.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나무였습니다. 통나무를 도랑에 놓아서 소와 여울을 만들어보자. 그런데 과연 나무가 물에서 썩지않고 견딜수 있을까? 안된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예로부터 나무가 물을 달래고 다스리는 소재였다고 말씀해 주셨고 실제로 2008년경에 설치한 물놀이용 널빤지 물막이가 썩지 않고 건재하고 있는 걸 보니 한번 시도해볼만하다! 결론을 내리고 통나무로 작은 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예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 우리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3일정도 도랑 아랫쪽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습성을 공부하고 촬영해서 도약높이를 계산하고, 결빙과 홍수시의 범람과 통나무보가 받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보의 상부 아랫쪽에 자연스럽게 유수가 월류할 수 있는 흐르는물 도약용 모재를 깔고....

 

어느녀석이 그렸는지... 그림 진짜 못그렸죠?  글씨도 가관입니다.   --;;;

 

측량은 충청남도 지방의제를 책임지는 푸른충남21의 위원님들께서 재능기부를 해주셨고, 나무보 설계는 제가, 통나무 옮기는 작업은 인천의 학익고교 학생, H빔 운반은 노인회장님께서 트렉터로, 청양군은 H빔 고정용 중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주셨고, 나무그늘조성은 금강환경지킴이가 책임졌습니다.

시공을 맡은 마을 어르신들은 드릴로 콘크리트를 깨고, 삽과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서 12개의 통나무보를 설치했습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내니, 단돈 500만원에 도랑살리기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1Km 구간 전체에 나무보들이 완성되자 물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넘치는 물들은 물거품을 만들어 냈고, 물거품은 물 속에 산소를 공급합니다. 자연스레 퇴적된 자갈과 모래, 흙을 의지해 버들치들이 살기 시작합니다. 물 속에 풀들이 자라고 나무그늘이 수온을 떨어뜨리자 버들치들이 행복해 했습니다. 2013년 부터는 물총새가 날아오고, 올 여름에는 가재도 발견되었습니다.

 

 

 

 



3.나무 이용 하천정비 제안하다.

 

이렇게 도랑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보면서, 옛날 어른들이 물을 다스리던 방법들을 찾아보고 공부도 해봤는데요

옛날 어른들은 냇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돌과 나무 그리고 나뭇가지와 달뿌리풀등을 엮어서 하천정비사업을 하셨습니다. 포크레인과 시멘트가 없었으니 오늘날처럼 물길의 구조를 아예 바꿀 수 없었겠죠. 덕분에 물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물을 달래가며 살아가는 기술이 발달했었습니다.

 

옛 어르신들은 경험으로 나무가 물을 만나면 썩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계셨는데요. 수중에서는 목질 내부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분해자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의 부식이 더디고 오래도록 보존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신라시대 월정교의 교각보호용 목재 방틀이 지금까지 제모습 그대로 남아있고 안압지의 나무배가 물 속에서 천년을 견디고 온전하게 발굴된 것 등이 그걸 증명해 주는거죠.

 

이러한 나무의 성질을 이용해 다양한 역할을 하게할 수 있는데요

 

 

쉽게 설명해드릴려고 제가 빗자루를 하나 들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우리 조상님들은 잔가지들을 묶어 바자와 섶을 만들었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바자와 섶, 그리고 나루터에서 썼던 목책 같은 것을 활용하면 호안의 유실을 막으면서 물고기의 어초나 어소역할을 할 수 있고요, 보나 다리 교각의 세굴현상은 갯버들로 만든 갯섶을 활용해 막을 수 도 있습니다 .

그리고 금강을 돌아보면서 또하나 얻은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바로 버드나무입니다. 옛날부터 강변에는 버드나무가 많았죠? 버드나무는 참 물을 좋아하죠. ^^ 옛날부터 버드나무는 물가에서 그늘도 되어주고, 수질을 맑게하기도 하고 홍수로 제방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했습니다.

이 버드나무는 눞혀 놓거나 뒤집어 놓아도 아래로는 뿌리가 자라고 위로는 줄기가 자랍니다.

 

떠내려온 버드나무의 윗부분에서는 줄기가 자라고, 잠긴 부분에서 뿌리가 자랐음

 

이 버드나무의 성질을 잘만 활용하면 마치 열대의 맹그로브 숲처럼 물고기들에게 훌륭한 어초 또는 어소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버드나무를 이용해 생태공간을 만드는 시도도 해보려합니다.

이러한 옛 조상들의 지혜나 생태적 특성을 통한 상상들은 불편함을 넘어 사람과 또 더불어 사는 생태종들에게 재미있는 즐거움과 행복이 되곤 합니다.

 

2014년 12월 산꽃마을에서 실험하고 있는 버드나무 어초, 어소,  하천정비로 캐내어 버려진 버드나무 그루터기를 물위에 바로 띄워놓기도 하고, 뒤집어보기도 했는데,

잘 자라고 있고, 실뿌리가 많고 복잡한 물 속 구조로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고 있음.

 

* 강과 하천을 망라해서 엄청나게 만들어진 보와 댐들...  덕분에 느려진 유속은,

   대한민국 하천에서 우점하는 육식어종을 쏘가리에서 베스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베스는 쏘가리와 달리 무리사냥을 하며, 움직이는 것들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 다양한 수생태환경의 보호에 큰 위협이 되고 있죠.

 

  일부 나마 최근 4대강공사를 비롯해 하천정비를 통해 유속이 느려진 곳들에  이러한

  생태형 호안블럭이나 어초, 어소를 설치하면 수온도 떨어뜨리며, 작은 물고기들의 생육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나가지 못한 부분을 사진과 함께 정리 해 봅니다.

 

* 참고로 살아있는 버드나무는 큰빗이끼벌레를 비롯해 최근 미기록종으로 판단되는 여러종류의 하천내의 민물태형동물들을 방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다른 목재보다 현재의 우리나라 강의 환경에 필요한 나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4년 12월 5일 뚱뗑이 뽁샘(잉화달)입니다.

강단에 오백번도 넘게 섰었고 테리비도 좀 출연해봤는데;;;  이날은 어찌나 버버거렸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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