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있다.
어디를가나 사진이 범람을 하고, 해외여행을 아니 다녀도 카드청구서에 딸려온 여행사 팜플렛과 신문쪼가리만 보아도 가본 사람만큼 잘 이야기 할 수 있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정보와 서술이 범람한다.
어찌보면 세상 모든것을 다 아는듯한 착각과 오만에 사로 잡힐때도 있다.
구글어스를 다운받아 내 피씨에 설치 해보자.
주먹만한 지구덩어리를 마우스로 만지작 거리다가 확대를 하다보면 어느새, 에펠탑 앞
세느강변의 공터에 에펠탑 관람표를 구매하려는 행렬이 주우욱 서있는것을 보고,
또 마우스를 만지작 거리면 성베드로성당과 콜롯세움, 피사의 사탑 옆 광장에 세워진 자동차들의 종류와 숫자도 확인할 수 있다.
관산리 가낙골 꼭대기 전에 살던 우리집 창고와 이동식화장실도 보이고, 청와대 뒷편에 신축중이었던 30계열 경찰 경비대의 막사도 보인다.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를 타고 휑하니 서울로 부산으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수없이 많은 여행을 하는 우리들의 다녀온 이야기들은 똑같다.
비행기삯이 얼마고, 날씨가 좋았고, 어디는 친절했고 어디는 맛있었고, 어디는 예뻣고...
그리고 우리는 훈장이라도 만들듯이 그곳에서 찍은 사진.... 되도록이면 명칭이 나와있는
관광안내도나, 푯말 혹은 이름새겨진 바윗돌 앞에서 찍은 이미지를 뽑아서 여기저기 자랑하곤 한다. 마치 유럽과 아시아를 평정한 징기스칸이라도 된듯..
참 지구 작다. 만만하다. 어디 갈데가 없다. 세상 뭐 시시하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를 과감하게 버리며... 걸어서나 혹은 자전거로 평소 다니던 길을 걸어보자.
수백수천번을 무심코 지나쳤던 그 들길 그 흙 그 돌맹이들이 모두 하나하나 음미하며 즐길만한.. 어제의 길이 다르고 오늘의 길이 다르고 내일의 길이 다른..
수많은 새로운 이미지들이 우리의 삶을 다이나믹하게 할것이다.
어제의 그 풀이 이 만큼 시들었고, 또 지난달에 없던 황조롱이가 까마귀 떼에 �겨다니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볼것이며,
지난주에 내가 무심코 한개 두개 올려보았던 5층 돌탑 가장자리에 이끼가 끼어가는 모습도 보일것이다.
어느날은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실제적 모습을 차창이나 아크릴판, 유리막으로 보지 말고 함께 느껴보자.
전망좋은 아파트의 방음잘된 실내에서 커피한잔에 유유자적하며 즐기는 앞산의 참나무 군락의 폭풍우군무도 좋지만...
야생동물들이 오롯이 싸우며 버텨가던 비바람과 대나무의 울부짖음도 몇분쯤 맞아보며, 세상의 다이나믹함을 즐겨도 보자.
때로는 청진기를 가지고 산에 가보자... 아주 고요한 봄날 수피가 얇은 나무등걸
(단풍나무류가 제일 좋다.)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쿵.. 쿵.. 쿵.. 그네들의 엄청난 맥박소리에 화들짝 놀래고..
내 가슴의 고동소리와 함께 뜀박질하는 나무들의 역동과 어울려 함께 춤춰보자.
내일은 주말 이다..
큰길 가로수 옆에 한겨울을 눈보라와 씨름해야 하는 비장하고 눈물겨운 무당벌레들의
가을 아침조회에 함께 참여해보자...
그리고 세상에 감사하자.. ^
문 밖으로 나설 때 이다.
인생에서 차한잔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아름다움 만큼이나.. 창밖의 세상의 변화무쌍함 속으로
자신을 빠뜨리고.. 그 세상의 가운데로 느끼며 즐기며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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