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이야기/젖줄일기

2월 26일 지천의 가치와 생태공원에 대해서.

잉화달 2009. 2. 26. 04:50

70년대 묘기대행진이라는 엠비씨의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산맥이름을 줄줄 외워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이제는 40대 초반이 되었겠네요.)

 

 

 

1900년대 초반 고토 분지로라는 일본학자가 땅 속 지질학을 주로 해서 만든 산맥의 개념 이전에  조선땅에는 백두대간이라는 지리정보체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표면의 지형적인 특성을 주로 한 것으로 실제 살아가는 지구 표면의 생물들에게 그 촛점이 맞춰진 것으로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지리체계 입니다.

이야말로 제대로 된 우주적이고 생태적인 개념입니다.  항상 백두대간 백두대간 했지만 저는 이 개념을 불과 수년전 이제는 청양신문에 계시는 모 선생님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 했었습니다.

 

모든 맥의 중심을 산에 두되..  그 맥을 잇는 가장 중요한 개념의 시작점을 강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남한쪽만)을 5개의 큰 물그릇(한강,금강,낙동,영산,섬진)으로 보고 한강깔대기 금강깔대기 영산강깔대기 섬진강깔대기 낙동강깔대기의 5개의 깔대기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국토라는 이름으로 붙어있고, 그 깔대기 간의 경계선들이 정맥이나 대간이 됩니다. 

 

물방울 하나가 금북정맥 경계지점인 운곡의 돼지고개에서 1센티만 북쪽에 떨어져도 삽교천수계를 따라 아산만으로 흐르고, 남쪽으로 떨어지면 지천을 따라 금강에 이르러 군산앞바다로 흐르게됩니다.

이에 따라 생물의 종도 달라지고, 물의 흐름에 따른 환경적 요인이 모두 달라지게 됩니다.

한 예로..  수천만년 동안 종 다양성을 통해 발달 해온 유전적인 차이로 인한 생물학적 경계를 물고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호종개는 미호천을 중심으로 금강유역에만 자생하는 종개며, 부안에는 부안종개가.. 한강에는 또다른 종개와 쉬리가..

낙동강과 형산강 수계에는 역시 또 다른 종개와 꺽저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거창했네요.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그런 의미에서 청양이라는 지자체에서 지천의 문화적 생태적 상징적 가치는 

절대적입니다.  

대단한 하천처럼 보이지만 사실 외모는   100리길의 하천폭 50m급의 지방하천?으로 그리 크고 길은 하천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새삼 이 하천이 의미를 갖는것은  금북정맥을 논하지 않더라도 인문적으로도 청양군이라는 지자체의 대표적 젖줄이며, 고리섬들과 장수평들 농사의 근간이며, 과거로 부터 청양현과 정산현을 아울러 칠갑산,성태산,구봉산,월산,정혜산,대덕봉,계봉산등등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만드는 청양물그릇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젖줄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천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중.... 가장 윗부분에서 나타나는 조류만을 보아도...

 

멸종위기동물 2급인  말똥가리/털발말똥가리/흰목물떼새/붉은배새매/황조롱이를 필두로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보기 힘든 파랑새/물총새/쇠오리/고방오리/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댕기흰죽지/댕기머리물떼새/흰꼬리좀도요/깝짝도요/삑삑도요/논병아리 등등..

 

이 모든 새들이 청양읍 덕배에서부터 금정리까지의 약 3킬로 구간에 모두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순천만이나 금강과 천수만에 당연히 비길바 못되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의 종 다양성과 밀집도로 본다면 그야말로 지천은 겨울철새의 낙원입니다.     

 

작은 하천임에도  대략 이 3-4킬로 구간만 확인해도 약 2000여마리의 각종 철새가 3-5개월을 쉬었다가 갑니다.     어찌 보면 겨울철새의 종 다양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감히 말 할 수 있겠습니다.   강폭이 좁아 새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을 뿐더러.. 아기자기하게 습지조건과 여울과 소가 자연스럽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좁고 물도 많지 않은 하천에 철새들이 다양하게 겨울을 지나고 올라갈까요?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보면 이해가 갑니다.

순천만에서 몽골,바이칼호,시베리아,캄챠카로 이동하려는 새들에게 동서로 뻗은 금강보다 남북으로 길게 연결되어 일종의 허브공항의 활주로를 연상케 하는 청양의 지천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겨울철새에게 금강과 천수만, 예당저수지 등과 더불어 철원평야와 예성강에 앞선 중간 급유 휴계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철새들의 지천휴게소...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덕배(넉배)의 보를 현재 포크레인의 헤머드릴을 통해 무너뜨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입니다.

1킬로쯤 떨어진 땅바닥에 청진기를 대어보면 의외로 그 진동에 놀라게 됩니다.

새들은 맨발로 땅을 디디는 동물입니다.  또한 진동에 의해 수면에 파동이 꽤 큰 파장으로 전달됩니다.

인간과는 받아들이는 느낌이 전혀 다르고 당연히 훨씬 예민합니다.

부디 어느 기관에서 공사를 발주한 것인지 모르나  기간상으로나 경제적 이유가 중요하더라도.. 

최소한 겨울철새들이 모두 떠난 4월 이후에 공사를 진행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두번째는 강둑을 태우는 것을 자재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에 더하여 자연스러운 습지의 아름다운 갈대밭이 조성된다.  이 갈대밭을 이용해서 작은 새들의 은신처를 비롯하여, 물위에 둥둥 뜨는 논병아리들의 둥지가 만들어지고,

큰 새들 또한 여러 쉼터로서 자주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갈대숲 마져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모두 태워 버렸습니다.   --;;

하천의 갈대를 태움으로 인간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지천은 아직까지 이들 철새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임으로...  

그네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셋째는 있는 그대로를 살려서 개발해 달라는 것입니다.

동물과 인간간의 부담스러운 부분만 서로를 위해 배려해 달라는 것입니다.

생태공원 조성과 관련한 계획이 수년전 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것은 인간을 위한 깔끔한 보도블럭과  관광버스도 댈 수 있는 커다란 주차장,

컬러플하게 꾸며진 진입로의 입간판과 여러 인위적 조형물을 계획에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인간만을 위한 배려입니다.    

생태공원은 디오라마로 꾸며진 철새의 모습과 박제된 물고기 몇마리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십수년간 서천과 군산은 철새를 놓고도 서로 경쟁을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서천쪽이 낡은 시설을 보수 하는 관계로 모두 군산으로만 방문을 하지만...

군산쪽의 철새조망대가 서천지역에 비해 시설이 훨씬 좋아도 새를 보기 위해서는

모두들 서천탐조대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천지역이 군산에 비해 갈대나  양지바른 하천변이 더 많아서 새들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생태공원이 인간만을 배려하기위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공원 놀이터를 조성하면서 새와 동물을 쫒아내는  공간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람과 동물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천은 그대로 놓아두고,  인간의 삶터와 동물들의 공간을 경계짓고, 

훔쳐보는 수준에서 생태적 기반을 흔들지 않는 절제된 개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의 경험을 통해 '절제된 개발'이라는 말을 더욱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매주  제 차량을 이용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천 철새탐방을 하고 있습니다.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탐조인원은 최소인원으로 2명-4명까지 입니다.

(생태탐방 문의 010-6823-2646)

 

금정리의 전주이씨? 묘역 근방 참나무가 많은 둔덕 뒷편에는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이 정자를 잘 이용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그 정자위에 올라서 서로 입을 모아 쉿!! 하고 가까이서 바라보는 청둥오리와 원앙은 여러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둑방길을 차를 타고 이동하면(부득이한 순찰일정을 주민과 함께합니다.) 

다른 어느지역보다 강폭이 좁은 지천의 특성상  새들이 역시 놀라서 달아나게 됩니다.

고니의 경우 한번 날아오를때 30분동안의 먹이활동한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다고 하더군요.

둑방길로 사람이 왕래하여 받는 새들의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부터  지천의 철새들을  배려 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덕배(넉배)에서부터 하수처리장까지는 꽤 차량의 왕래가 빈번하고, 시멘트 포장도 되어있는 구간입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현재의 콘크리트로 사람의 왕래가 잦은 덕배-하수종말처리장 구간이라도 우선 수수대나 율무대 혹은 갈대등으로 높이 2미터 정도의 담을 쌓아보죠.   

비록 건설업하시는 분들에게는 영양가가 없어도,  지역의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또 다른 소외된 청양의 주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해마다 그 담벼락 이엉을 잇고 꼬는 장면 자체를 축제화 하고 그림화 하면됩니다... 

그리고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하고 힘차게.. 그 담을 세우고..      철새를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위한 배려도 잊지 말고  그 생태적 경계 담벼락에 한뼘정도 크기의 창문을 내어주면 좋겠습니다.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근방의 주차장을 이용하며, 불편하더라도 조용히 침묵하며 걷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스릴..그러한 조용한 탐조를 통해 새들을 가깝게 훔쳐보는 재미가 솔솔할겁니다.

그리고 인근의 정좌리와 금정리 등을 철새와 함께하는 습지 체험 생태마을이 되도록 만들수 있겠죠.   

마을 주민에게 숙박을 통한 소득도 제공한다면,  철새와 인간이 서로에게 득이 되어 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듯 싶습니다.

 

그 이상은 유지보수의 관리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하지도 않고, 필요할 수 도 없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생태적 하천관리의 측면에서는  토목건축과 관련해서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살리는 개발만이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지천의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절제된 개발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상생하고, 귀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하천살리기가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