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노트

양개범시(兩個凡是)

잉화달 2020. 7. 23. 09:48

화궈펑은 마오쩌둥 사후 그의 결정과 뜻이 모두 옳다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지요. 

환경을 자주 이야기하던 제게 생각나는 마오의 정책은

'참새박멸작전'이 있었습니다.

인간과 곡물로 경쟁하는 참새를 모두 없애자는 정책이었는데, 

엄청난 참새떼가 죽어나가고, 오히려 대 기근과 흉작이 번지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철 생산량에서 영국만큼은 추월해야 한다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중국이 영국에 가지고 있던 컴플렉스는 아편전쟁과 홍콩을 상기한다면 대부분 이해들을 하실 겁니다. 

이러한 운동이 일제히 일어나자 전국에 있는 야철 뿐 아니라 멀쩡한 농기계부터 밥그릇까지

철이라는 철은 모두 녹여 당장 쓰지도 못할 철괴를 생산합니다.   

물론 영국을 추월하는 철의 생산이라는 1차적 수치의 목표는 달성하지요. 

그러나 목적은 전도되었고,  중국은 더욱 합리로부터 멀어지며 가난에 찌든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실패한 정책들이 대 기근과 더불어 중국경제를 끝없는 바닥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도,

마오쩌둥에 대한 전형적인 인물숭배는 여전했습니다.

그러니 이후 등장하는 지도자 화궈펑이 내세운 첫 번째 정치기조가 "양개범시(兩個凡是)"이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팬심으로 권위를 부여하던 시대의 촌극입니다. 

 

대체로 이러한 심리에는 마오와 자신을 심정적으로 일치시켜 명분을 부여하는 동양 특유의 관계형 사고가 나타나는데요.

21세기 합리사회를 표방하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지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멀찌기에서나마 함께 정책을 고민하던 몇몇 정치인들이 씁쓸하고 슬프게 퇴장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최근 어떤 정치인의 경우 슬픈 사고가 있고 나서 나 스스로에게 정리의 시간을 주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정서적 아픔이 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도를 표하며,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에게 합리적 정리를 계속 되뇌고 있습니다. 

양개범시를 이야기하며, 더 안타까운 것은 그 분의 정책이 최소한 마오가 범했던 여러 실책과는 상반되게,

이 사회의 미래에 던지는 굵직한 화두 부터 현실의 우리의 삶을 소소하게 바꿔주는 좋은 정책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사건과 사람과 현상과 미래에 대한 합리적 정리를 해야겠지요.   

가열하게 가치로운 일들은 지속하면서, 고인은 애도하고, 피해자가 있으시다면 그 피해자는 철저히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또 지난 피해로부터 해방되실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 사안별, 팩트별, 그리고 공과 과에 대해 따로 놓고도 평가하고 적용하고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생각하고 연습하고 고민할 거리들이 많은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