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에 대한 애기똥풀의 교훈
애기똥풀의 눈, 에이사 레이더의 눈
조류의 부엉이나 말똥가리, 포유류의 고양이처럼 최상위 포식자이면서도 단독 사냥에 익숙한 육식동물들은 하나의 사냥감을 입체적으로, 또 집중해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두 눈이 얼굴 앞쪽에 모여 있습니다. 시야는 좁아지지만, 거리감과 깊이감은 훨씬 정교해집니다.
반면 초식동물이나 물고기들은 다릅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 대상을 깊이 보는 것보다, 전후좌우와 위쪽까지 두루 살피는 일입니다. 어디서 위험이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은 앞쪽보다 옆쪽으로 벌어지고, 세상을 넓게 훑어보는 구조로 발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요.
그늘에서 자라는 꽃향유 같은 꽃은 곤충들이 날아오는 양지쪽을 향해 한 방향으로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햇빛과 손님의 방향을 알고, 그쪽으로 몸을 여는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사진 속 애기똥풀처럼 사방에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모두 맞이하려는 꽃들도 있습니다. 물론 꽃 한 송이가 모든 방향을 다 맡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송이의 꽃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피어납니다. 동서남북을 향해 작은 얼굴들을 열고, 사방에서 오는 손님을 맞이합니다.
문득 이 모습이 레이더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기의 레이더는 하나의 면으로 사방을 살펴야 했기 때문에, 정신없이 돌아가며 전파를 쏘고 다시 받아들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쪽을 보고, 다시 돌고, 또 다른 쪽을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능동위상배열레이더, 이른바 AESA 레이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봅니다.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작은 소자들이 각각 하나의 눈처럼 작동합니다. 이 작은 눈들이 모여 여러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여러 방향의 정보를 한꺼번에 읽어냅니다. 마치 수많은 작은 눈들이 모여 하나의 큰 시야를 이루는 잠자리의 겹눈 같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충남급 호위함(3600톤급 배치3)에 4면 고정식 위상배열레이더가 달린 모습을 보며, 저는 다시 애기똥풀을 떠올렸습니다. 꽃들이 사방으로 피어나듯, 레이더의 눈도 사방을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한 송이 꽃이 모든 방향을 다 볼 수 없으니 여러 송이가 방향을 나누듯, 한쪽 눈만으로 세상을 보지 않기 위해 여러 면의 눈을 갖춘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그렇게 세상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고, 생각은 홍수처럼 밀려옵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자꾸 앞으로 밀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넓게 보는 줄 알면서도, 사실은 아주 좁은 창문 하나로만 세상을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애기똥풀처럼, 잠자리의 겹눈처럼, 그리고 사방을 향해 열린 위상배열레이더처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눈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눈입니다. 한쪽으로만 깊이 파고드는 시선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사방을 향해 열려 있는 시선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편향의 늪에 빠지지 않고,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조금은 더 온전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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