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바위, 혹은 남생이바위의 기억
(풍수상 자라가 아닌 실제 자라바위)
마을 어른께 여쭈니, 병술년 큰 수해(1946)가 나기 전에는 이곳에 자라가 살았다고 한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오전 10시쯤이면, 윗쪽 바위에도 오르고 아랫쪽 바위에도 항상 올라와
등을 말리듯 햇빛을 쬐었다고 한다.
그 생김새를 다시 여쭈어보니, 내가 보기에는 자라보다는 남생이에 조금 더 가까운 듯했다.
이곳이 지리적으로도 물길의 극상류에 가까운 곳이라면, 자라보다는 남생이였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름은 대개 ‘자라바위’로 남는다.
전국을 살펴보아도 자라바위는 아주 많지만, 남생이바위는 드물다.(장수, 강화, 천안등 드물음)
아마도 ‘남생이’라는 말이 바위 이름으로 붙기에는 조금 길고, 발음도 덜 매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지명은 자꾸 짧아지고, 부르기 쉬운 쪽으로 굳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방향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위치가 동남쪽이다.
전국의 자라바위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동쪽이나 동남쪽이 훤히 트여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곳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냉혈동물인 자라나 남생이가 물과 뭍을 오가며 햇볕을 받아야 한다는 생태를 생각하면, 이런 방향성은 꽤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바위 이름 하나에도 생김새가 있고, 햇살이 있고, 물길이 있고, 오래전 마을 사람들이 보았던 생명의 장면이 남아 있다.
어쩌면 ‘자라바위’는 단순히 자라처럼 생긴 바위가 아니라, 실제로 자라나 남생이가 햇볕을 받으러 오르던 바위였을지도 모른다.
큰물에 쓸려간 것은 물가의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 바위 위로 천천히 올라오던 작은 등껍질의 기억도 함께 흐려졌다.
그래도 이름은 남아, 오늘 다시 그 햇살의 시간을 불러낸다.
참고 -
윗자라바위에 한마리 아랫자라바위에 한마리씩 두마리가 쌍으로 올라가 햇빛을 쬐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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