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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산책] 당진 신평 마항과 조항 - 말목과 새목, ‘목’ 지명의 대응성

잉화달 2026. 7. 8. 16:45

당진 신평의 마항과 조항: 말목과 새목, 그리고 ‘목’ 지명의 대응성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에서 송악읍 전대리 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마항’과 ‘조항’이라는 옛 지명을 적은 표지석이 보인다. 현재 행정구역상 신평면의 법정리는 금천리·초대리·거산리·상오리·남산리·신송리·신흥리·운정리·신당리·도성리·부수리·매산리·한정리 등으로 정리되어 있고, 전대리는 송악읍의 법정리에 속한다. 따라서 마항과 조항은 오늘의 법정리명이라기보다, 신평 서북부와 송악 전대리로 이어지는 생활권·길목 주변에 남은 옛 자연지명 또는 소지명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한자 표기만 놓고 보면 마항(馬項)은 ‘말목’, 조항(鳥項)은 ‘새목’이다. 여기서 항(項)은 목, 목덜미, 또는 목처럼 좁아지는 지형을 가리키는 글자로 지명에서 자주 쓰인다. 전국적으로도 마항은 말목·말목재·말목고개와 연결되어 풀이되는 사례가 많고, 충북의 영동 말목이·괴산 말목골·보은 말목재·옥천 마항 등도 산형이나 고개가 말의 목처럼 생겼다는 설명이 붙는다. 거창 강천리의 마항 역시 말목고개 아래에 자리한 마을로 설명된다.

조항 역시 전국적으로 ‘새목’과 함께 풀이되는 사례가 확인된다. 원주시 매호리의 새매기(鳥項)는 조항·새목이라고도 불리며, 뒷산 줄기가 새목처럼 생겼다는 유래가 전한다. 영덕군 축산면 조항리도 새의 목처럼 된 고개가 있어 새목산·새목·조항산·조항이라 불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조항=새목이라는 해석 자체는 전국 지명 사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인된다.

다만 신평의 마항과 조항은 따로따로 보는 것보다, 두 이름이 가까운 생활권 안에 함께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항은 단순히 말 모양의 목이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우리말 ‘말-’이 ‘크다, 으뜸, 왕’의 느낌으로 쓰이는 어휘 사례도 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서도 말벌·말개미·말매미 등에서 ‘말-’이 ‘왕-’의 의미와 대응하는 예가 제시된다. 물론 이 설명을 모든 지명에 곧장 적용할 수는 없으나, 마항을 ‘말의 목’과 함께 ‘큰 목, 주요한 목, 굵은 길목’으로 읽어볼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다.

반대로 조항의 ‘새’는 실제 새의 형국을 가리켰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 또는 ‘사이에 있는 작은 것’이라는 뜻의 ‘샛-’ 계열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 어원 해설에서는 샛강을 ‘사잇강’이 줄어든 말로 보고, 샛길·샛문·샛방 등에서 ‘샛’이 ‘사이에 있는 작은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조항은 반드시 하늘을 나는 새의 목만이 아니라, 큰 길목 옆의 작은 목, 마을과 마을 사이의 목, 또는 주된 목에 딸린 사이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신평 일대의 역사 지명과 물길도 이 해석을 보조한다. 신평면은 높은 산보다 낮은 구릉지가 많고, 초대저수지를 중심으로 평야가 발달한 지역으로 설명된다. 또 신평 지역에는 초대천, 마항천, 마항창 같은 이름도 문헌과 지역 기사에서 확인된다. 특히 초대리 소창마을에 조선시대 사창인 마항창이 있었다는 기록은, ‘마항’이 단순한 소규모 자연지명을 넘어 물길·창고·교통·생활권과 관계된 이름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신평의 마항과 조항은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헌 지명 관행상 마항은 ‘말목’, 조항은 ‘새목’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둘째, 두 지명이 가까운 곳에 함께 남아 있다면, 각각 독립된 동물 형국 지명으로만 보기보다 큰 목과 작은 목, 주요 목과 사이 목, 굵은 통로와 곁통로가 대응하는 지명 체계로 볼 여지가 있다. 셋째, 다만 ‘조항=작은 목’이라는 해석은 확정된 문헌 설명이라기보다, 샛강·샛길·샛문 같은 우리말 ‘샛-’ 계열과 전국의 새목/조항 지명 사례를 바탕으로 한 지형어적 추론으로 제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 결국 당진 신평의 마항과 조항은 ‘말과 새’라는 동물 이름의 흥미로운 짝이면서, 동시에 옛사람들이 길목과 물목, 큰 목과 작은 목, 중심 통로와 사이 통로를 구분해 불렀던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표지석에 남은 두 이름은 단순한 옛 지명이 아니라, 낮은 구릉과 물길, 창고와 길, 마을 사이의 이동 기억이 겹쳐진 생활 지형어로 읽을 수 있다.

길을 지나며 사진을 못 찍어서 네이버 거리뷰의 사진을 캡쳐 했습니다.
과거 바닷물이 들어오는 펄과 물길, 육지의 마른길이 2-3개의 갈래로 길게 연결되어 목이 되는 곳입니다. 과거 해안 답게 망객산이라는 망계열의 산이 있습니다.

(지도:네이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