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생김 산책]코에서 꽃, 고잔, 고추, 잣미, 장산곶, 돛대까지...

잉화달 2026. 7. 20. 03:01

몸에서 땅끝까지

계열의 돌출·관통·솟음 의미망 연구

·꼭지··꼬치·솟대·잣성·곶뫼를 중심으로

초록

글은 바다 쪽으로 내민 육지의 일부를 뜻하는 지리 용어에 한정하지 않고, 인체·식물·도구·민속·관방시설·지명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돌출·뾰족함·솟음·관통·갈라짐·경계 형상 의미망으로 확장하여 살펴본 것이다.

다만 비슷하게 들리거나 닮은 형상을 지닌 말을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나온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본고에서는 자료를 층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문헌과 국어사 연구를 통해 관계가 확인되는 역사어원 층위이다. 둘째는 어원적 동일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동일한 신체 경험과 형상 인식 안에서 서로 호응하는 의미망 층위이다. 셋째는 원뜻을 잃은 현재의 익숙한 말과 이야기로 다시 풀이한 민간어원과 마을 스토리텔링 층위이다.

필자의 현장조사에서꽃산·꽃뫼라고 불리는 산과 언덕은 꽃의 식생보다 산줄기가 길게 내밀거나 봉우리 하나가 뾰족하고 봉긋하게 솟은 형상과 일관되게 대응하였다. 반면 마을 구술에서는 어느 산에나 흔한 진달래를 끌어와꽃이 많아서 꽃산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이는 지명의 최초 발생 원인이라기보다, 뜻을 잃은곶뫼 오늘의 언어로 복원한 후대의 기억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계열을 하나의 직선적 어원 계보가 아니라, 몸에서 나온 돌기가 식물의 꽃과 꼭지, 인간의 도구, 마을의 솟대, 성곽의 , 땅의 곶과 곶뫼로 확장되는 한국어 생활 의미망으로 제안한다.

주제어: , 곶뫼, 꽃산, 꼭지, 꼬치, 솟대, 삿대, 쇳대, 잣성, , 사타구니, 민간어원, 형상어


1. 문제의 제기

현대인이이라는 말을 들으면 장산곶·호미곶처럼 바다를 향해 길게 내민 육지를 먼저 떠올린다. 일반적인 지리 설명에서도 곶은 육지가 바다 쪽으로 돌출된 지형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우리 지명에서 곶은 해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들판을 향해 내리뻗은 산줄기, 골짜기나 평지 쪽으로 내민 산의 , 길고 좁게 이어진 바위와 논에도 곶이라는 이름이 쓰였다.

범위를 해안지형으로만 좁혀 버리면 꽃산·꽃뫼·고지산·고지미·꼬치산·고잔·질구지 같은 수많은 내륙 지명을 제대로 읽을 없다. 국립국어원에 게재된 조항범의 지명 연구에서도 꽃산의 식물의 꽃이 아니라 변형이며, 지명에서 곶은 평야를 향해 길게 내리뻗은 산줄기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곶뫼·곶매·곶미가 꽃뫼·꽃매·꽃미와 고지뫼·고지매·고지미로 갈라지는 변화도 함께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곶을 단지길게 뻗은 산줄기로만 설명해도 현장 전체가 포착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답사한 꽃산·꽃뫼 계열 가운데는 옆으로 길게 내민 산줄기뿐 아니라 주변 지면에서 뾰족하거나 젖꼭지처럼 봉긋하게 솟은 작은 산과 언덕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넓은 몸체에서 부분이 도드라져 나오고, 끝에 형상의 힘이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본고는 곶의 중심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곶은 하나의 몸체에서 밖으로 도드라져 나와 끝을 이루는 부분이다. 그것은 길게 내밀기도 하고, 뾰족하게 솟기도 하며, 다른 대상에 꽂히거나 공간을 가르기도 한다.

정의에서몸체 사람의 , 식물, 도구, 마을, 산줄기와 대지를 모두 포괄한다.


2. 연구 방법과 해석의 층위

연구에서 가장 경계해야 것은 소리가 비슷한 낱말을 모두 하나의 어원으로 묶는 일이다. ··꼬치·꼭지·고치·고추·····좆은 서로 가까이 들리지만, 음상의 유사성만으로 역사적 친연성을 증명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음 층을 구분한다.

2.1 문헌으로 확인되는 역사어원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포함된다.

·         꽃의 형태인

·         뾰족한 물건을 뜻한 곶과 꼬치·꼬챙이·송곳·고깔·곡괭이·꽃게 등의 관계

·         성을 뜻하는 옛말

·         샅과 사타구니의 형태 관계

·         꽃산·꽃뫼와 곶산·곶뫼의 지명 변화

현대어 역사적으로에서 된소리화를 거쳐 형성되었다. 국립국어원의 어휘 역사 자료에는’, ’’ 거쳐 오늘날의 과정이 제시되어 있다.

2.2 형상과 기능이 호응하는 생활 의미망

·젖꼭지·꼬추·생식기·삿대·솟대·쇳대·돛대· 등은 모두 곶에서 직접 파생되었다고 확정할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공통된 신체 경험을 공유한다.

·         몸체에서 밖으로 나옴

·         길거나 뾰족함

·         세워짐

·         다른 대상에 들어가거나 박힘

·         끝에서 기능이 발생함

·         갈래 사이에 틈이나 안쪽이 생김

관계는 역사음운론의 계보가 아니라 몸을 통해 사물과 지형을 인식한 형상 의미망이다.

2.3 후대의 민간어원과 스토리텔링

곶뫼가 꽃뫼·꽃산으로 변한 진달래가 많아서 꽃산이라는 이야기가 붙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원래 지명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자료와는 구분해야 하지만, 지명의 뜻을 잃은 공동체가 이름을 어떻게 다시 이해하고 기억했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생활사 자료이다.


3. ‘의미망의 중심 형상

계열에 반복되는 핵심 요소는 여섯 가지로 정리할 있다.

중심 의미 형상과 운동 대표 사례
돌출 몸체 밖으로 도드라짐 ·젖꼭지··곶뫼
첨단 끝이 가늘고 뾰족함 꼬치·꼬챙이·송곳
상승 아래에서 위로 솟음 꽃대·솟대·봉우리
관통 다른 대상에 꽂히거나 박힘 꽂다·삿대·쇳대·
연결 몸체와 끝을 잇는 가는 열매 꼭지·꽃대·손잡이 꼭지
분기· 갈래가 벌어져 안쪽을 만듦 ·사타구니· ·고잔

곶은 단순한 점이나 끝이 아니다. 몸체와 이어져 있으면서도 몸체 밖으로 나와 독립적인 방향과 기능을 얻은 부분이다. 때문에 곶은 끝이면서 목이고, 돌기이면서 길이며, 꽂는 물건이면서 꽂히는 자리 된다.


4. 몸의 ·꼭지·

4.1 코는 얼굴에서 내민 번째 곶이다

코는 얼굴의 평면에서 앞으로 튀어나온다. 사람의 이동 방향을 가장 먼저 가리키고 냄새와 공기를 먼저 받아들인다. 그래서 산과 바위의 돌출부에도 코라는 말이 쉽게 옮겨 간다. 산코·바위코·콧날·콧등·콧부리 같은 표현은 신체의 형상이 지형으로 전이된 결과이다.

코와 곶을 같은 어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말은 몸체에서 앞으로 돌출되어 방향을 가리키는 이라는 동일한 인지 구조를 가진다.

4.2 꼭지는 몸체와 돌출부 사이의 가는 목이다

꼭지는 열매와 가지가 이어지는 부분, 뚜껑이나 기물 위의 손잡이, 젖꼭지와 같이 몸체에서 작게 돌출된 끝을 가리킨다. 곶이 지형의 돌출부라면 꼭지는 작은 물체와 몸에 붙은 축소된 곶으로 읽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꼭지가 단순한 최고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꼭지는 몸체와 끝을 연결하는 짧은 이며, 목을 잡아 물체를 들거나 떼어 내기도 한다. 지명에서도 산줄기의 좁은 목을 지나 끝부분이 돌출되는 구조가 자주 나타난다.

4.3 샅은 돌기가 아니라 돌기 사이에 생긴 안쪽이다

샅은 다리 사이의 깊은 안쪽을 가리킨다. ’사타구니 접미사 ’-아구니 결합한샅아구니 소리대로 적히며 형성된 말로 설명된다.

샅이 들어오면서 의미망은 돌출부만이 아니라 갈래가 갈라지며 생긴 틈과 안쪽까지 포괄하게 된다.

·         다리 사이에는 샅이 생긴다.

·         산줄기 사이에는 골짜기가 생긴다.

·         길게 내민 곶의 안쪽에는 고잔이 생긴다.

·         갈라진 가지 사이에는 꽃과 열매가 맺힌다.

돌출과 틈은 별개의 형상이 아니다. 하나가 둘로 갈라지거나 돌기가 나란히 서면 사이에 반드시 안쪽이 만들어진다. ’ 양각과 음각처럼 서로 대응한다.


5. 식물의 ·꽃대·꽃술·꼭지

꽃의 형태가이었다는 사실은 문헌적으로 확인된다. 다만 꽃을 뜻한 곶과 뾰족한 물건이나 지형을 뜻한 곶이 처음부터 하나의 어원이었다고 곧바로 단정해서는 된다. 동일한 형태를 가진 동음어였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형상 의미망에서는 꽃이 중요한 중심을 차지한다.

꽃은 식물의 끝에서 솟아난 생식기관이다.

·         줄기에서 꽃대가 솟는다.

·         꽃대 끝에 봉오리가 맺힌다.

·         봉오리가 벌어져 꽃이 핀다.

·         가운데서 암술과 수술이 돋는다.

·         꽃이 자리에 열매와 씨가 남는다.

꽃은 식물의 몸에서 가장 화려하게 드러난 끝이자,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꼭지이다. 몸의 젖꼭지와 생식기, 식물의 꽃과 열매 꼭지는 모두 생명과 번식의 기능이 돌출된 끝에 집중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누에고치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조항범의 「‘곶[] 계열 어휘의 형성과 의미」에서 재구되는 ’*고치 현대어꼬치 이어지는 중간 형태를 말하는 것이지, 누에가 실을 둘러 만든고치 곧바로 뜻하지 않는다. 누에고치를 계열에 포함하려면 별도의 문헌 근거가 필요하다.

고추 역시 비슷하다. 고추의 길쭉한 형상과 남성 생식기를 가리키는 속칭꼬추 의미망에서 강하게 공명한다. 그러나 고추의 역사적 명칭과 전래 과정에는 별도의 문헌 논쟁이 있으므로, 현재 단계에서는 계열의 확정 어원으로 넣지 않고 형상과 민속 상징의 외곽 고리 두는 것이 안전하다.


6. 꽂고 꿰는 꼬치·꼬챙이·송곳

계열에서 가장 단단한 어원적 연결은 뾰족한 도구와 꽂는 행위에서 나타난다.

조항범의 연구는 계열 어휘로 곶감·꽂이·고깔·곡괭이·꽃게·꼬치·꼬챙이·송곳 등을 제시한다. 곶감은 본래 꼬챙이에 꽂아 말린 감이며, 꽂이는 무엇을 꽂아 두는 물건이다. 고깔과 곡괭이는 뾰족한 형상에서, 꽃게는 등딱지 끝의 뾰족한 모양에서 이름이 비롯된 것으로 해석한다. 송곳은 가늘고 뾰족한 꼬챙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계열의 의미 변화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뾰족한 물체인 곶으로 찌르거나 꽂는 행위꽂아 물건과 도구뾰족하게 생긴 사물의 이름

여기서 현대인이꽃게 꽃처럼 아름다운 게로 이해하기 쉬운 것처럼, 원래의 뾰족한 곶이 꽃으로 재해석되는 현상도 확인된다. 꽃산에 꽃과 진달래 이야기가 붙는 과정과 같은 구조이다.


7. 세운 대와 밀어 넣는 삿대·솟대·쇳대

7.1 삿대바닥에 박아 배를 미는 막대

삿대는 얕은 물에서 강이나 호수 바닥을 짚어 배를 밀고 방향을 조절하는 막대이다.

삿대의 핵심 동작은 다음과 같다.

1.      막대를 아래로 내린다.

2.      뾰족한 끝을 바닥에 댄다.

3.      막대를 밀어 배를 움직인다.

4.      다시 뽑아 앞쪽에 꽂는다.

동작은 꼬치·송곳·닻과 같은 길이첨단관통밀기 의미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잣과 같은 어원이라는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우선은 기능과 형상이 만나는 의미망으로 두어야 한다.

7.2 솟대마을이 하늘을 향해 세운

솟대는 마을 입구나 성역에 세우는 장대이며, 꼭대기에 새를 올려 마을의 수호와 풍농·풍어를 기원한다. 학계에서는 삼한의 소도와 관련된 명칭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민속 현장에서는솟아 있는 이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솟대의 곧바로 동사솟다에서 나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솟대의 실제 형태는 땅에서 하늘로 길게 치솟은 대이며, 형상 의미망에서는솟다 완전히 포개진다.

식물의 구조와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다.

·         줄기

·         마을솟대

·         머리

·         산줄기능선봉우리

솟대는 마을이 공동체의 몸에서 하늘을 향해 세운 거대한 꽃대이자 꼭지로 읽을 있다.

7.3 쇳대열쇠와 남성적 막대의 중의성

쇳대는 지역에서 열쇠를 가리키던 말이다. 쇠로 만든 열쇠 또는 자물쇠와 열쇠를 아울러 부르는 생활어로 전해진다.

형태상 쇳대는 가늘고 몸체를 자물쇠의 구멍에 넣어 내부의 걸림을 움직이고 닫힌 것을 연다. 때문에 생활 의미망에서는 다음 해석이 겹칠 있다.

·         쇠로 만든

·         구멍에 들어가 닫힌 것을 여는 막대

여기에수컷의 또는 남근을 연상하는 민속적 중의성이 결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이는 쇳대의 역사어원으로 확정할 내용이 아니라, 도구의 형태와 사용 행위에서 발생한 이차적 성적 비유 구분해야 한다.


8. 성을 뜻하는 세움·두름·막음의 의미망

성을 뜻하던 옛말이다. 성을 소재로 지명 연구에서는 잣골·잣미·잣안·잣실 등의 사례가 제시되며, 잣이 ··· 등으로 변하거나 여러 한자로 표기된 과정이 설명된다. 잣미는 성산, 잣안은 성안, 잣실은 성이 있는 골짜기를 뜻한다.

관방유적에서 성은 돌과 흙으로 쌓은 벽이지만, 오래된 목책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수많은 말뚝을 세우고 이어 둘러친 구조이다. 따라서 잣은 형상 의미망에서 다음 성격을 가진다.

·         막대를 세움

·         세운 것들을 이어 경계를 만듦

·         안과 밖을 가름

·         돌출된 산과 능선을 이용해 방어함

·         마을이나 시설의 몸체를 둘러 보호함

··솟이 실제로 동일 어원인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말은 세움·막대·경계·관통이라는 형상과 기능에서 서로 강하게 호응한다. 관계는 우선 음운적 계보가 아니라· 계열의 세우고 찌르는 형상망으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9. 공세곶고지에 대한 교정

공세곶고지 겉소리만 들으면+고지 겹친 역전앞식 중복 지명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례는 그렇게 분석해서는 된다.

국가유산의 공식 한자 표기는 牙山貢稅串庫址이다. 이를 나누면 다음과 같다.

·         공세곶(貢稅串): 공세를 거두던

·         고지(庫址): 창고

따라서 공세곶고지는공세곶에 있던 창고터라는 뜻이며, 뒤의 고지는 곶의 변이형고지 아니라 창고 () ()이다.

사례는 이번 연구의 방법론을 오히려 분명하게 준다.

소리가 비슷하고 의미망이 그럴듯하더라도 문헌 표기와 실제 기능을 확인하기 전에는 동일어·중복어로 단정해서는 된다.

공세곶고지는 매트릭스에서 제외할 사례가 아니라, 형상 의미망 연구가 반드시 문헌 검증과 결합해야 한다는 경계 사례 남겨 가치가 있다.

 


10. 땅의 코와 꼭지·고지·곶뫼

지명의 곶에는 적어도 가지 지형 유형이 있다.

10.1 수평 돌출형

산줄기나 육지가 바다··들판을 향해 길게 내민 유형이다.

·         호미곶

·         장산곶

·         갈곶

·         돌곶

·         곶바우

·         곶배미

·         고잔

·         질구지

학술 연구에서 강조하는 곶의 기본 지형은 유형이다. 특히 내륙 지명에서는 평야를 향해 내리뻗은 산줄기를 곶으로 불렀다.

10.2 수직 돌출형

필자의 현장에서는 주변보다 뾰족하거나 봉긋하게 솟은 작은 산과 언덕도 꽃산·꽃뫼 계열로 반복하여 나타났다.

·         젖꼭지처럼 봉긋한 독립봉

·         산줄기 끝에 맺힌 작은 봉우리

·         주변 능선보다 유난히 도드라진

·         평지에서 갑자기 솟은 낮은 언덕

·         끝부분이 좁고 뾰족해진 산등성이

유형은 기존 연구의길게 내민 산줄기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곶의 중심 형상을 길이 자체가 아니라 몸체에서 도드라진 돌출부 단계 넓힌다.

수평으로 내밀면 해안의 곶과 산줄기가 되고, 수직으로 솟으면 곶뫼와 꼭지 같은 봉우리가 된다. 둘은 방향만 다를 동일한 돌출 형상이다.


11. 꽃산의 진달래 이야기원형과 기억의 시간

필자가 수백 곳의 지명을 조사하며 확인한 꽃산·꽃뫼 계열은 거의 모두 지형적으로 곶뫼에 가까웠다. 특별한 꽃밭이나 군락이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마을에서 유래를 물으면 매우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옛날에 진달래가 많이 피어서 꽃산이라고 했지.”

진달래는 우리 산지에 널리 분포하여 어느 산에나 있을 법한 꽃이다. 따라서 진달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산의 이름이 꽃산이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설명의 순서가 반대였을 가능성이 크다.

1.      원래 지명은 곶뫼 또는 곶산이었다.

2.      곶이 꽃과 같은 발음으로 변하였다.

3.      뫼가 산으로 교체되어 꽃산이 되었다.

4.      현재의이라는 뜻에 맞추어 꽃이 많았다는 설명이 생겼다.

5.      가장 익숙한 산꽃인 진달래가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왔다.

조항범의 연구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꽃산을 꽃이나 꽃나무가 많은 산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곶의 변형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곶산이 꽃산으로 발음되자 원래 곶과의 관계를 잃고, ’꽃이 많은 으로 재해석하여 화산(花山)이라는 한자 이름까지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마을의 진달래 이야기는 틀렸다고 지워 버릴 자료가 아니다. 다만 다음 층을 구분해야 한다.

곶뫼는 지명이 태어난 땅의 형상이고, 진달래 꽃산은 마을이 이름을 다시 이해한 기억의 형상이다.

진달래 이야기가 여러 마을에서 거의 똑같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자료이다. 이는 오래된 특정 사건의 기억이라기보다, 원뜻을 잃은 지명을 현재의 언어로 복원할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만들어 내기 쉬운 전형적인 민간어원 생성 방식 보여 준다.


12. 확정 관계와 확장 가설의 종합 매트릭스

영역 어휘 중심 형상 판단 단계
역사어 꽃<곶 식물 끝에서 피어남 문헌 확인
도구어 꼬치·꼬챙이·송곳 길고 뾰족하여 꿰고 찌름 어원 관계 강함
도구어 곶감·꽂이 꽂아 두거나 꿰어 말림 어원 관계 강함
사물어 고깔·곡괭이·꽃게 뾰족한 끝과 돌기 학술 해석
지명어 ·곶산·곶뫼 산줄기의 돌출부 문헌·지형 확인
지명 변이 꽃산·꽃뫼·고지미 지명의 음운·형태 변화 문헌 확인
관방어 ·잣미·잣안·잣실 ·경계·둘러막음 문헌 확인
신체어 사타구니 갈래 사이의 깊은 형태 관계 확인
신체어 ·젖꼭지·생식기 몸체에서 도드라진 형상 의미망
생활도구 삿대 뾰족한 대를 바닥에 박아 기능 의미망
민속물 솟대 땅에서 하늘로 세운 형상 의미망
생활도구 쇳대 구멍에 넣어 닫힌 것을 여는 기능·중의 의미망
비교군 누에고치·호박고지 감싸임·말린 조각 관계 미확정
비교군 고추·꼬추 ·가지(갖이) 길쭉한 열매와 성적 비유 형상·민속 층위
심리어 고집 굽히지 않고 내미는 태도 어원 제외, 비유만 가능

고집은 한자어 固執이므로 계열의 역사어원에는 포함할 없다. 다만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고 내세운다는 태도가앞으로 내민 돌기 비유적으로 공명할 뿐이다.


13. 의미망의 전체 구조

이번 연구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있다.

몸의 돌기
·꼭지·젖꼭지·생식기

사이의 갈라짐
·사타구니

식물의 돌기와 생식
·꽃대·꽃술·열매 꼭지

꽂고 꿰는 도구
·꼬치·꼬챙이·송곳·꽂이

세우고 박는
삿대·솟대·쇳대·

둘러세운 경계
·잣성·목책·성곽

땅의 돌기
·고지·곶뫼·꽃산··부리

후대의 이야기
꽃동산·진달래산·화산

의미망은 낱말이 모든 말로 음운 변화했다는 계보도가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몸에서 먼저 익힌 형상을 식물·도구·마을·산과 바다에 반복해서 투사한 생활 인지의 지도이다.


14. 결론

곶은 바다의 끝에서 시작되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의미망의 관점에서는 몸에서 먼저 시작된다.

얼굴에서는 코가 앞으로 나오고, 몸에서는 꼭지와 생식기가 돋는다. 다리가 갈라진 안쪽에는 샅이 생긴다. 식물에서는 꽃대가 솟아 꽃이 피고, 열매는 꼭지로 가지에 매달린다. 사람은 막대를 꼬치와 송곳으로 만들어 대상을 꿰고, 삿대로 물밑을 짚어 배를 밀며, 쇳대를 구멍에 넣어 닫힌 것을 연다. 마을은 솟대를 하늘로 세우고, 성은 잣이라는 경계로 안과 밖을 가른다. 땅은 산줄기와 봉우리를 바다와 들판 쪽으로 내밀어 곶과 곶뫼가 된다.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특정 음절 하나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형상 원리이다.

몸체에서 끝이 나온다.
끝은 가늘어지고 뾰족해진다.
뾰족한 끝은 꽂히고 길을 낸다.
세운 끝들은 경계를 만든다.
돌출된 사이에는 샅과 골짜기와 안쪽이 생긴다.

꽃산은 이러한 의미망이 지명에서 어떻게 희미해지고 다시 살아나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 사례이다. 땅의 형상은 곶뫼를 보존하고 있지만, 마을의 언어는 위에 진달래가 피는 꽃동산의 이야기를 덧입혔다.

따라서 꽃산의 진달래 이야기를 없애서도 되고, 그것을 최초의 지명 유래로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된다. 곶뫼와 꽃산은 서로 경쟁하는 해석이 아니라, 장소에 쌓인 서로 다른 시간이다.

오래된 땅은 곶뫼의 형상을 간직하고,
오늘의 마을은 위에 진달래 이야기를 피워 놓았다.

이것이 몸에서 꽃으로, 꽃에서 도구로, 도구에서 성과 땅으로 이어지는의미망의 핵심이다.


주요 참고 문헌

·         조항범, 「地名 語源 가지(1), 『새국어생활』 13 3, 2003.

·         조항범, 「‘곶[] 계열 어휘의 形成과 意味에 대하여」, 『국어학』 63, 2012.

·         조강봉, 「성() 소재로 지명 연구」, 『지명학』 12, 2006.

·         한국학중앙연구원, 「솟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