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생김 산책] 얼굴 '턱'에서 집 '문턱'을 지나 마을 '턱거리'로

잉화달 2026. 7. 21. 02:00

언덕 끝에 생긴 턱

― ‘턱’ 계열 지명의 지형 형상과 생활 의미망 ―

소논문형 조사보고서 초고

복권승

2026년 7월

 

 

초록

본고는 ‘턱’이 포함된 지명과 생활어를 지형 형상의 관점에서 검토한 소논문형 조사보고서이다. 자료는 하늘지도 지명 검색과 항공영상 판독, 청양군을 비롯한 필자의 현장조사 및 구술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분석 결과 ‘턱’의 중심 의미는 단순히 솟은 부분이라기보다, 이어지던 지표면이 갑자기 끊기거나 앞으로 내밀어 높낮이의 차이, 경계, 접촉점을 형성하는 자리로 정리된다. 산지에서는 턱걸·턱걸골·턱거리·턱거리고개가 골짜기나 산사면의 경사 변환점과 절단부를 가리키고, 수변에서는 배턱·윗배턱거리·물턱거리들이 배가 닿거나 물과 뭍이 만나는 접안부와 하천변 단차를 가리킨다. 특히 경기·충남·경북·울산·경남 등에서 확인되는 ‘턱걸’ 계열의 분포는 ‘턱’이 특정 지역에 한정된 고유명사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생산성 있게 사용된 미세지형어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고는 ‘덕–턱’의 관계를 역사적 어원으로 확정하지 않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덕의 면과 그 면이 끊기며 생기는 턱의 끝을 대응시키는 현장 형상 및 음상 가설로 제안한다.

주제어: 턱, 턱걸, 턱거리, 배턱, 물턱, 지명, 미세지형, 생활 의미망, 덕–턱

연구의 핵심 문장

핵심 명제
덕은 둥글고 이어지는 솟음의 면이고, 턱은 그 면이 끝에서 잘리거나 내밀어 생긴 단차와 경계이다. 문턱이 집 안팎의 경계라면, 배턱은 물과 육지 사이의 문턱이다.

자료와 표기 원칙

·         하늘지도에서 검색·캡처한 지명 및 항공영상은 각 그림에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로 표기하였다.

·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 배턱 추정 위치 그림은 네이버지도 항공영상 위에 필자가 위치를 표시한 자료이다.

·         지형 해석은 현재 항공영상과 현장 경험에 따른 작업 가설이며, 옛 지도·지적도·구술·문헌을 통해 보강되어야 한다.

·         덕·둑·뚝·떡·앙뗑이·감 계열은 인접 의미망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턱’ 계열의 지형 기능을 중심으로 다룬다.

 

 

차례

1. 연구의 출발점과 문제 제기

2. 자료와 연구 방법

3. ‘턱’의 중심 형상과 의미 구조

4. 산지의 턱: 턱걸·턱걸골·턱거리

5. 수변의 턱: 배턱·물턱

6. 바위와 통과지점의 턱

7. ‘덕–턱’과 인접 의미망의 경계

8. 지명 분포가 보여주는 생산성

9. 해석상의 한계와 후속 조사

10. 결론

부록. 조사 대상 지명 목록

참고자료

 

 

1. 연구의 출발점과 문제 제기

‘턱’은 매우 일상적인 신체어이면서 동시에 건축, 길, 하천, 나루, 바위와 산지의 형상을 읽는 공간어이다. 사람의 턱은 얼굴 아래쪽에서 앞으로 내밀어진 끝이고, 문턱은 방 안과 밖 사이에 놓인 높이 차이며, 과속방지턱은 길 위에서 이동 속도를 낮추는 인공 단차이다. 같은 말이 배턱·물턱·턱걸골·턱거리바위 같은 지명으로 옮겨가면, 턱은 물과 뭍이 만나는 접안부, 골짜기가 급히 끊기는 절벽 끝, 산사면이 길과 들 앞에서 변하는 경사 전환점을 가리킨다.

필자는 오랫동안 마을조사와 지명조사를 진행하면서 ‘턱’이 붙은 장소들이 우연히 비슷한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형의 끝과 높낮이 차를 몸의 턱처럼 인식하여 이름 붙인 사례일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의 배턱,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의 물턱거리들, 아산 곡교천변의 윗배턱거리, 영덕군 창수면의 턱걸골, 청양군 여러 마을의 턱거리바위가 그 출발점이었다.

이 글의 목적은 ‘턱’의 단일 어원을 확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실제 지도와 현장에서 턱 계열 지명이 어떤 지형을 가리키는지 비교하여, 그 공통된 형상과 생활 기능을 밝히는 데 있다. 따라서 본고는 어원학적 단정보다는 지명학·인지언어학·생활사적 관찰을 결합한 현장 가설의 성격을 가진다.

연구 질문
① 턱 계열 지명은 실제로 어떤 지형에 놓이는가?
② 산지의 턱과 수변의 턱은 어떤 공통 구조를 가지는가?
③ 턱걸·턱거리·배턱·물턱의 뒤 요소는 장소의 기능을 어떻게 세분하는가?
④ 덕·언덕·둔덕과 턱의 관계는 어디까지 의미망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2. 자료와 연구 방법

2.1 자료의 구성

자료 유형 활용 방법
지도 검색 하늘지도에서 턱, 턱걸, 턱거리, 배턱, 물턱 등의 표제어를 검색하여 지명과 위치를 수집하였다.
항공영상 판독 산사면의 경사 변화, 골짜기의 종결부, 하천변 단구, 제방과 접안부, 도로·마을과의 관계를 비교하였다.
현장 기록 청양군 동강리 배턱과 턱거리바위 등 필자의 현장조사 및 주민 구술을 기초자료로 활용하였다.
비교 어휘 문턱·방지턱·언덕·둔덕·화덕·불턱·덕장 등 생활어를 보조적으로 비교하였다.
검증 원칙 현재 지형이 크게 변한 곳은 ‘추정’으로 표시하고, 옛 지도와 지적도 및 추가 구술이 필요함을 명시하였다.

 

2.2 지도 검색의 한계

지도 서비스에 나타나는 지명은 실제 주민들이 사용해 온 미세지명의 일부에 불과하다. 산지의 밭, 묘역, 골짜기, 바위와 옛길 이름은 행정지명이나 도로명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구술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또한 ‘턱걸·턱걸이·턱껄·턱거리’처럼 표기가 달라지거나, 같은 장소가 한 가지 이름으로만 등록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지도 검색 결과의 개수는 실제 분포량을 나타내는 통계가 아니다. 필자의 조사 경험상 지도에 잡히는 산지 미세지명보다 현장 구술에서 확인되는 이름이 훨씬 많다. ‘실제는 검색 결과의 열 배 안팎일 수 있다’는 판단은 현재로서는 조사 경험에 근거한 작업 가설이며, 향후 표본지역 전수조사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3. ‘ 중심 형상과 의미 구조

3.1 솟은 물체보다끊기는

턱을 단지 ‘불쑥 솟은 것’으로 정의하면 문턱과 방지턱은 설명할 수 있지만, 산지의 턱걸골이나 물가의 배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항공영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핵심은 면의 연속성이 끊기는 지점이다. 완만한 언덕이나 골짜기 바닥이 갑자기 급경사로 변하고, 평탄한 들이 물가에서 끝나며, 산기슭이 도로나 마을 앞에서 잘리는 곳에 ‘턱’ 계열 이름이 놓인다.

그림 1. 덕의 연속된 면과 턱의 절단·단차를 나타낸 개념 단면도

출처: 필자 작성. 역사적 어원 확정이 아니라 지형 형상에 대한 작업 도식임.

이 관점에서 턱은 ‘형체’이면서 동시에 ‘사건’이다. 지형이 이어지다가 턱에서 갑자기 달라지고, 사람·배·길·물길이 그곳에서 닿고 걸리고 멈칫한다. 따라서 턱의 의미는 솟음, 끊김, 접촉, 경계, 이동 조절이 함께 결합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3.2 턱의 동사적 의미

핵심 동작 공간적 의미 대표 용례
솟다 주변 면보다 내밀거나 높아져 형상의 끝이 드러난다. 얼굴의 턱, 바위턱
끊기다 완만한 면이 급경사·절벽·물가에서 갑자기 끝난다. 턱걸골, 턱거리고개
걸리다·걸치다 길·골·들이 단차에 걸리거나 그 아래에 걸쳐 형성된다. 턱걸, 턱걸이들
닿다 배나 사람이 물과 육지의 접점에 도달한다. 배턱, 나루의 턱
넘다 안과 밖, 위와 아래를 나누는 경계를 통과한다. 문턱, 고개의 턱
멈추다·머물다 이동 속도를 낮추거나 잠시 쉬고 정돈한다. 방지턱, 배턱, 불턱의 인접 의미

 

그림 2. ‘턱’ 계열 지명의 중심 의미망

출처: 필자 작성.

 

. 산지의 : 턱걸·턱걸골·턱거리

4.1 전국적으로 확인되는턱걸계열

하늘지도에서 ‘턱걸’을 검색하면 경기 양평, 충남 예산, 경북 울진·영덕, 울산 울주, 경남 하동 등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턱걸·턱걸이·턱걸골·턱걸이고개·턱걸이들이 확인된다. 동일한 어형이 골, 고개, 들과 결합한다는 사실은 ‘턱걸’이 한 지역의 우연한 고유명이라기보다 산지와 경계 지형을 묘사하던 생산적인 미세지형어였을 가능성을 높인다.

그림 3. 하늘지도 ‘턱걸’ 검색 결과에 나타난 전국 분포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지역 검색 지명 일차 관찰
경기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 턱걸이골·턱걸이고개·턱걸이 골·고개·독립지명으로 반복
경기 양평군 양동면 고송리 작은턱걸이고개 크기 구분이 붙은 고개명
경북 울진군 온정면 대흥리 턱걸골 산지 골짜기
충남 예산군 대흥면 손지리 턱걸 독립 미세지명
경북 영덕군 창수면 창수리 턱걸골 깊은 골짜기의 급격한 종결부
울산 울주군 삼동면 턱걸 독립 미세지명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턱걸이들 산지와 하천 사이에 걸친 평탄지 가능성

 

4.2 영덕 창수리 턱걸골: 골짜기가 하고 끝나는

영덕군 창수면 창수리의 턱걸골은 깊은 산지 골짜기 안에 위치한다. 항공영상에서 골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가 특정 지점에서 급경사와 절벽성 지형으로 바뀌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사례는 ‘턱’이 산의 정상이나 봉우리보다 골짜기 바닥과 사면의 연속성이 깨지는 종결부를 가리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림 4. 경북 영덕군 창수면 창수리 턱걸골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해석
턱걸골은 “턱 모양의 골”이라기보다 골짜기와 산사면이 이어지다가 급한 단차에 걸려 끝나는 골로 읽을 수 있다. ‘걸’은 걸리다·걸치다와의 관련 가능성이 있으나, 옛 표기와 현장 구술을 확인하기 전에는 확정하지 않는다.

4.3 예산 노동리 턱거리: 산기슭의 경사 변환점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턱거리는 산지와 경작지 및 마을길이 만나는 산기슭에 놓인다. 산의 완만한 사면이 농경지와 도로 앞에서 낮아지며, 작은 단차와 경사 전환부가 형성되어 있다. ‘턱거리’는 턱이 있는 장소 주변을 가리킬 수도 있고, ‘턱걸이’와 가까운 변이형일 수도 있다. 현재 자료만으로 두 가능성을 하나로 결정하기보다는 실제 발음과 옛 문서 표기를 확인해야 한다.

그림 5.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턱거리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4.4 부안 도청리 턱거리고개: 산줄기 끝의 통과점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의 턱거리고개는 산줄기가 해안과 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길과 만나는 곳에 놓인다. 산지의 면이 끝나는 지점이면서 사람과 길이 그 단차를 넘어가는 통과점이라는 점에서 ‘턱’과 ‘고개’의 의미가 겹친다. 고개 전체보다 고개에 들어서거나 빠져나오는 급한 경사 변환부가 이름의 핵심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림 6.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턱거리고개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5. 수변의 : 배턱·물턱

5.1 배턱은 물과 사이의 문턱

‘배턱’은 배가 닿는 곳이라는 기능명인 동시에, 물 위의 이동이 육지의 이동으로 전환되는 경계지형을 가리킨다. 배가 물가에 닿고, 사람이 발을 걸쳐 오르며, 짐을 내려놓는 곳에는 낮은 돌출부나 완경사면, 작은 단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배턱은 정식 나루터보다 더 미세한 접안 장소를 가리키거나, 나루의 맞은편 보조 접안부를 가리킬 수 있다.

핵심 비유
문턱이 집 안과 밖의 경계라면, 배턱은 물과 육지 사이의 문턱이다. 배가 턱 하고 닿고 사람이 그 턱을 딛는 순간, 물길은 육지의 길로 바뀐다.

5.2 아산 곡교천변 윗배턱거리

아산시 신동의 윗배턱거리는 곡교천변의 넓은 평탄지와 제방 부근에 놓인다. 현재는 고속도로, 교량, 제방과 경지정리로 옛 물길과 강기슭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윗배턱거리’라는 이름은 이곳이 배의 접안과 관련된 상·하위 공간 체계의 일부였음을 암시한다. ‘윗’이 붙었다는 사실은 아래쪽에 배턱 또는 아랫배턱 계열의 장소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 둔다.

 

그림 7. 충남 아산시 신동 곡교천변의 윗배턱거리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5.3 청양 동강리 배턱과 부여 저석리 분창나루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의 배턱은 금강 맞은편 부여군 부여읍 저석리의 분창나루와 연결되던 접안부로 전한다. 필자가 추정한 위치는 분창나루와 거의 마주 보는 강변이며, 동강리의 농경지와 금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현재는 제방 축조, 하천 정비, 농경지 조성으로 옛 강기슭과 물길의 형태가 크게 달라져 정확한 접안선을 항공영상만으로 복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맞은편 나루와의 대응 관계,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접근성, 강변의 평탄면이 끝나는 위치를 종합하면 배턱 추정은 충분한 공간적 개연성을 가진다. 이 사례에서 배턱은 단순히 배를 묶은 시설이 아니라 배와 사람, 짐이 물길에서 육지의 길로 옮겨가는 생활공간 전체를 가리킨다.

그림 8.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 배턱 추정 위치와 맞은편 저석리 분창나루

출처: 네이버지도 항공영상, 필자 위치 표시. 현대 제방과 하천 정비로 옛 접안 지형은 크게 변형됨.

 

5.4 옥천 화성리 물턱거리들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의 물턱거리들은 산기슭과 하천 사이의 경작지에 놓이며, 물길의 굽이와 평탄면의 끝이 만나는 구조가 뚜렷하다. ‘물턱’은 물속의 낙차만을 뜻하기보다 땅이 물 앞에서 끝나는 하천변의 낮은 단차, 범람원과 물길의 경계, 또는 물가에 접근하는 생활 동선을 가리켰을 수 있다. 뒤의 ‘들’은 그 턱 주변에 형성된 농경지 전체로 이름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림 9. 충북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 물턱거리들

출처: 하늘지도, 필자 캡처.

 

6. 바위와 통과지점의

6.1 턱거리바위와 바위턱

청양군 운곡면 신대2리와 대치면 광금리 관모바위 아래 등에서 확인되는 턱거리바위는 바위의 일부가 사람의 턱처럼 앞으로 내밀거나, 산사면과 바위가 절단되며 선반 같은 단차를 형성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이름이라도 실제 형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어떤 곳은 턱처럼 내민 바위이고, 어떤 곳은 길이나 짐이 걸리는 바위이며, 어떤 곳은 사람이 걸터앉아 쉬는 바위일 수 있다.

따라서 바위 지명은 ‘무엇처럼 보이는가’만 묻기보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걸고, 딛고, 넘고, 쉬었는가’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형상과 생활 행위가 동시에 확인될 때 턱거리바위의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6.2 고개와 마을 입구의

고개와 마을 입구는 이동 경로가 바뀌는 대표적인 경계공간이다. 턱거리고개는 산줄기의 높낮이 변화와 사람의 통과 행위가 겹치며, 턱거리는 마을·들·산기슭이 만나는 경사 전환부를 가리킬 수 있다. 이때 턱은 공간을 완전히 막는 장벽이라기보다, 통과하려는 사람에게 속도를 늦추고 몸의 자세를 바꾸게 하는 작은 경계이다. 문턱과 과속방지턱이 같은 원리로 이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 ‘ 인접 의미망의 경계

7.1 덕은 , 턱은

언덕·어덕·둔덕의 ‘덕’은 둥글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솟은 면을 연상시킨다. 화덕과 덕장은 바닥에서 돋우거나 세워 무엇을 받치고 얹는 자리라는 기능을 가진다. 이에 비해 턱은 그 면이 갑자기 잘리거나 단단하게 도드라지는 끝에 가깝다. 필자는 이 관계를 ‘덕은 면과 부피이고, 턱은 그 면의 끝과 단차’라는 도식으로 정리한다.

그러나 이 도식은 모든 덕과 턱이 하나의 역사적 어원에서 갈라졌다는 주장이 아니다. 국어사 자료와 중세 표기, 방언의 음운 변화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형상과 음상이 대응하는 의미망 가설로 제한해야 한다. ‘덕이 세지면서 턱이 된다’는 표현도 평음과 격음의 감각 차이가 지형의 완만함과 급격함에 대응한다는 현장 해석이지, 보편적인 음운 법칙을 선언하는 말은 아니다.

7.2 불턱: 실제계열에서 턱으로 나타난 인접 사례

제주 해녀의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 전후에 옷을 갈아입고 불을 쬐며 쉬고 정보를 나누던 공동체 공간이다. 제주 관련 자료에서는 불턱을 ‘불+ㅎ+덕’ 계열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턱은 일반어 턱과 동일 어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불을 피우는 돋운 자리’가 오늘날 턱의 음형으로 나타난 인접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불턱을 턱 계열 지명의 직접 증거가 아니라 덕과 턱의 음운·공간적 접점을 보여주는 보조 사례로 둔다.

7.3 ···앙뗑이: 이번 글에서 멈추는 지점

둑과 뚝은 길게 이어진 경계와 그것이 단단하게 솟거나 끊기는 형상을, 떡과 뚝은 붙은 덩이가 떼어지고 잘리는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해안 절벽을 가리키는 앙뗑이 역시 땅덩이가 바다 끝에서 뚝 잘려 바위턱을 드러낸 형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열까지 한 글에 모두 포함하면 ‘턱’ 지명의 실제 지형 분석이 흐려질 수 있다. 따라서 본고는 이들을 후속 의미망 연구의 가지로 남겨 둔다.

연구 범위의 경계
이번 글의 중심은 턱 계열 지명의 지형 형상이다. 덕·둑·뚝·떡·감·앙뗑이 계열은 이미 진행했거나 별도로 확장할 연구로 돌리고, 여기서는 턱의 해석에 필요한 만큼만 교차 참조한다.

8. 지명 분포가 보여주는 생산성

턱걸 계열이 중부와 남부의 여러 산지에서 반복되고, 배턱과 물턱이 서로 다른 하천 유역에서 확인된다는 사실은 ‘턱’이 특정 마을의 독특한 별칭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턱은 사람의 몸에서 출발해 지형을 읽는 보편적인 비유가 되었고, 뒤에 골·고개·들·거리·바위가 붙으며 장소의 종류를 세분한 것으로 보인다.

지명형 잠정적 중심 의미 대표 환경
턱걸·턱걸이 산사면·길·골·들이 단차에 걸리거나 걸쳐진 자리 산지 전반
턱걸골 골짜기의 흐름이 급경사·절벽에 걸려 끝나는 곳 영덕·울진 등
턱거리고개 산줄기의 끝과 통과로가 만나는 경사 변환점 부안 등
턱거리 턱이 있는 주변 장소 또는 턱걸이의 변이 가능성 예산·기타 지역
배턱·배턱거리 배가 닿고 사람이 오르내리는 수변 접안부 금강·곡교천 등
물턱·물턱거리들 평탄면이 물가에서 끝나거나 하천과 만나는 단차 옥천 등
턱거리바위 앞으로 내민 바위, 걸치는 바위, 쉼터가 되는 바위 청양 현장 사례

 

이 분포를 통해 ‘턱’은 명사 하나가 아니라 지형 명명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어근 또는 형상요소로 볼 수 있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턱걸이골·턱걸이고개·턱걸이가 함께 나타나는 양평 사례는 하나의 턱 지형을 골과 고개, 주변 공간이 서로 다른 범위로 나누어 부른 체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9. 해석상의 한계와 후속 조사

9.1 현대 지형의 변형

수변 지명은 제방, 댐, 하천 직강화, 경지정리, 교량과 도로 건설로 옛 형상이 크게 변했다. 동강리 배턱과 아산 윗배턱거리는 현재 항공영상만으로 옛 강기슭을 정확히 읽기 어렵다. 옛 지적도, 1910~1970년대 지형도, 항공사진, 주민의 이동 기억을 겹쳐 보아야 한다.

9.2 표기의 변이

턱걸·턱걸이·턱거리의 관계는 발음과 표기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거리’가 장소를 뜻하는 접미적 요소인지, ‘걸이’가 변한 것인지, 서로 다른 말이 우연히 가까워진 것인지 지역별로 다를 수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장소의 현장 발음과 한자 표기, 지명조사 자료를 비교해야 한다.

9.3 분포 통계의 보강

지도 검색에서 확인된 분포는 존재를 입증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빈도와 지역 차이를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후속 연구에서는 전국지명조사 자료와 국토지리정보원 지명 데이터, 지방문화원 마을지, 구술조사를 결합해 지역별 표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9.4 현장조사 질문

·         이곳의 턱은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가리키는가?

·         위에서 내려올 때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어느 쪽에서 더 턱처럼 보이는가?

·         길·골짜기·물길이 어디에서 끊기거나 꺾이는가?

·         사람·배·짐이 이곳에서 걸리거나 닿거나 쉬었던 기억이 있는가?

·         턱걸, 턱걸이, 턱거리 가운데 주민들이 실제로 발음하는 형태는 무엇인가?

·         윗배턱처럼 위·아래를 구분하는 짝지명이 있었는가?

·         제방과 도로가 생기기 전 물길과 강기슭은 어디였는가?

10. 결론

본고는 턱 계열 지명을 산지와 수변, 바위와 생활공간에 걸쳐 비교하였다. 그 결과 턱은 단순한 돌출부보다 ‘이어지던 면이 갑자기 끊기거나 내밀어 생기는 끝과 단차’로 정의할 때 가장 많은 사례를 함께 설명할 수 있었다. 산지의 턱걸골은 골짜기가 절벽성 경사에 걸려 끝나는 곳이고, 턱거리고개와 턱거리는 산사면이 길·들·마을 앞에서 변하는 경계점이다. 수변의 배턱은 배가 닿고 사람이 오르내리는 접안부이며, 물턱거리들은 평탄한 땅이 물가에서 끝나는 하천변의 단차와 그 주변 들을 가리킨다.

또한 턱걸 계열의 전국적 분포는 턱이 특정 지역에 한정된 어휘가 아니라 널리 공유된 미세지형 명명 요소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도에 등재되지 않은 산지 구술지명까지 조사하면 그 분포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수량과 지역별 차이는 향후 전수조사로 검증해야 한다.

덕과 턱의 관계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면’과 ‘그 면이 끊기는 끝’이라는 형상적 대응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읽힌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역사적 어원 관계로 확정하지 않고, 현장 형상·음상·생활 행위를 함께 설명하는 의미망 가설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 이 구분을 지키면 필자가 현장에서 축적해 온 직관을 살리면서도 학술적 검증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최종 정리
턱은 솟은 자리이자 끊기는 자리이고, 걸리는 자리이자 넘어가는 자리이며, 배와 사람이 닿아 물길을 육지의 길로 바꾸는 자리이다. 즉 턱은 지형의 모양만이 아니라 이동과 생활이 전환되는 경계의 이름이다.

부록. 조사 대상 지명 목록

지명 지역 잠정 유형 자료
턱거리고개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산지·해안 통과형 하늘지도
턱거리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산기슭 경사 변환형 하늘지도
턱걸골 경북 영덕군 창수면 창수리 골짜기 종결·절벽형 하늘지도
윗배턱거리 충남 아산시 신동 하천 접안·수변형 하늘지도
물턱거리들 충북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 하천변 단차·들형 하늘지도
배턱 충남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 분창나루 맞은편 접안부 추정 필자 조사·네이버지도
턱거리바위 충남 청양군 운곡면 신대2리 바위 돌출·걸침형 필자 현장기록
턱거리바위 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금리 관모바위 아래 바위 돌출·걸침형 필자 현장기록
턱걸이골·턱걸이고개·턱걸이 경기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 산지 복합형 하늘지도 검색
작은턱걸이고개 경기 양평군 양동면 고송리 고개형 하늘지도 검색
턱걸골 경북 울진군 온정면 대흥리 골짜기형 하늘지도 검색
턱걸 충남 예산군 대흥면 손지리 산지 미세지명 하늘지도 검색
턱걸 울산 울주군 삼동면 산지 미세지명 하늘지도 검색
턱걸이들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산지·들 경계형 하늘지도 검색

 

참고자료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턱’·‘문턱’·‘언덕’·‘둔덕’ 등 관련 항목. https://stdict.korean.go.kr/

2. 제주학연구센터, 『해녀문화유산 조사』 및 불턱 관련 자료. https://jst.re.kr/upload/pdf/RC00008079.pdf

3. 하늘지도, 턱거리고개·턱거리·턱걸골·윗배턱거리·물턱거리들·턱걸 검색 및 항공영상.

4. 네이버지도, 청양군 청남면 동강리 배턱 추정 위치와 부여읍 저석리 분창나루 항공영상.

5. 복권승, 청양군 동강리 배턱 및 청양군 턱거리바위 관련 현장조사·구술·지도 판독 자료.

 

작성 메모

이 문서는 현재까지 수집한 지도 사례와 필자의 현장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한 초고이다.

이후 턱 계열 지명을 추가 수집하고, 각 지점의 고도 단면·옛 지도·현장사진·구술을 보강하면 정식 소논문 또는 ‘한국어 생활 의미망 아틀라스’의 한 장으로 확장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