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노트/시나부랭이

빛과 소리

잉화달 2026. 5. 15. 18:07

빛이 닿을 때 색은 피어나고
형상은 제 이름을 얻는다

우리는 오래
보이는 것을 아름답다 불러왔다
밝음은 안전이 되고
어둠은 두려움이 되었다

그러나
어둠은 사라짐이 아니라
감각이 자리를 바꾸는 시간이다
눈이 물러난 자리에
귀가 남는다

금강은
밤이 되어도 흐름을 멈추지 않고
물은 빛 없이도
자신의 길을 기억한다
보이지 않는 강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계룡산의 숲은
형상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숨소리를 드러낸다
잎과 잎 사이
돌과 뿌리 사이
산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낮은 음으로 말한다

소리는
빛이 없어도 도착하고
눈을 감아도
우리를 찾아온다
경계를 넘고
거리 없이 스며들며
세계를 우리 안으로 들인다

보는 것은
대상을 멀리 두지만
듣는 것은
그 안에 머물게 한다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를 꾸미는 일이 아니라
이 땅이
스스로를 말하게 두는 일
금강의 밤물소리와
계룡산의 어두운 숨결 사이에서
우리는 안다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아름다움의 방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