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땅이름 산책]'원'에 비해 귀한 '참' - 장호원, 조치원, 사리원 vs 물참, 담배참

잉화달 2026. 7. 4. 03:24

도망간 ‘참(站)’을 찾아서...

- 복권승 - 

 

조치원, 장호원, 사리원. 대한민국 이정표에서 ‘원(院)’자가 붙은 지명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조선 시대 공공 여관이었던 ‘역원(驛院) 제도’의 자취.

그런데 이상한 일. 본래 역과 원은 늘 ‘역참(驛站)’이라는 짝꿍으로 불렸고, 우리가 지금도 “아직 한~ 참 남았다”라며 거리와 시간의 단위로 입에 달고 사는 그 흔한 ‘참’은 왜 유독 땅이름에서 이토록 귀해진 것인가유?

다들 어디로 도망쳐 버린 것일까유?.

중국의 예를 들면 옛 역(驛)의 기능이 우체국(邮局)으로 흡수되어 지명에서 점차 멀어질 때,

참(站)은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을 뜻하는 ‘잔(站:참)’이 되어 여전히 대륙 방방곡곡을 ‘참참참’ 흔들며 시퍼렇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유독 우리 땅에서만 ‘참’이 자취를 감추었을까?

혹시 세상에 거짓이 너무 난무해서 ‘참(眞)’마저 함께 숨어버린 것일까?(죄송 나이 50을 넘긴지 오래... 이제 증상이;;;)

 

눈 부릅 뜨고 찾아보면, 행정 지도가 지워버린 틈새마다 민초들의 가장 질긴 ‘생활 언어’로 어찌 어찌 살아남은 진짜 ‘참(站)’들이 할딱이고 있기는 하다요.

고려 시대에는 일백 리, 조선 시대에는 삼십 리에서 오십 리마다 말을 갈아타거나 쉬어가던 정량적인 국가 제도의 참은 사라졌을지언정, 백성들이 땀을 흘리고 숨을 고르던 삶의 자취가 땅이름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기는 하다는;;;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수참리(水站里)’는 좀 무리가 있긴 하지만 참은 참. 흔히 역참의 ‘참’인가 싶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삶의 지혜가 숨어 있죠. 예전 마포나 고양을 오가던 나룻배들이 서해의 거친 조수간만의 차를 이기지 못해, 물이 가득 차오르는 만조(滿潮)인 ‘물참’을 기다리며 닻을 내리고 쉬어가던 곳이 바로 수참리. 어쨋든 쉬긴 쉬니 참의 의미가 되지 거짓이 되진 않을 듯.

그런가 하면 충청남도 천안시 입장면 호당리에는 ‘담배참’이 있죠. 고갯마루를 넘기 전, 혹은 숨 가쁘게 짐을 지고 걷던 보부상들이 봇짐을 내려놓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쉬어가자"고 멈춰 서던 자리. 곰방대에 쌈지담배를 꾹꾹 눌러 담아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그 짧고 따뜻한 휴식의 시간이 통째로 지명이 되었음. 물론 참이 언제나 민초들의 한가로운 쉼터로만 남은 것은 아니죠.

진짜 참!!! 서울 은평구 진관동 창릉천 변에 있던 ‘검암발참(黔巖撥站)’처럼, 때로는 국가의 명운을 짊어지고 국경을 향해 긴박하게 달리던 파발마의 거친 숨소리를 품은 정통 ‘발참’의 기억도 우리 생활 공간 한구석에 ‘금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살짝 들어앉아 있습니다요. 결국 우리 땅에서 도망친 줄 알았던 ‘참’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원(院)’이 대도시의 행정구역으로 남아 박제된 제도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참’은 수참리의 넘실거리는 물때를 기다리던 어부의 기다림으로, 호당리 고갯길에서 담배 연기를 나누던 나그네의 숨결로, 우리 땅의 가장 낮고 깊은 살결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거짓 같은 세상 속에서, 지명 뒤에 숨겨진 진짜 ‘참’을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수백 년 전 이 길을 걷던 이들이 남겨놓은 따뜻한 쉼표를 찾아내는 일과도 같다.

 

 

이름 한자 현재 비정 / 지역      
수참리 水站里 경기 김포시 통진읍 현행 법정리 지금도 살아 있는 가장 좋은 사례. 김포 쪽 자료는 “조수 관계로 잠깐 쉬었다 가는 곳”이라 하며, 참을 “역”으로 풀이합니다.
(김포신문)
구진참 龜進站 전북 완주 일대 고지도 지명 한국학자료포털은 전라도 전주, 현대 행정구역을 완주군 용진읍으로 잡고 있습니다. (한국학자료센터) 다만 역지사지 HGIS는 구진참을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부근으로 비정합니다. (HisGeo)
감암참 監巖站 전주권 고지도 색인 고지도 지명 고려대 고지도 컬렉션의 전주권 지명색인에 감암참 구진참이 나란히 보입니다. 이건 후속 추적 가치가 큽니다.
(고려대학교 도서관)
대포참 大浦站 경기 이천 고지명/교통지명 한국학자료포털에 “대포참(大浦站), 인문지명-교통, 경기도-이천, 경기도 이천시”로 나옵니다. (한국학자료센터)
숭선참 崇善站 충북 충주 고지명/교통지명 한국학자료포털에숭선참(崇善站), 인문지명-교통, 충청도-충주, 충청북도 충주시”로 잡힙니다. (한국학자료센터)
임오참 林烏站 충북 충주 고지명/교통지명 역시 충주 쪽 참입니다. 한국학자료포털에임오참(林烏站), 인문지명-교통, 충청도-충주, 충청북도 충주시”로 나옵니다.
(한국학자료센터)
찬우물골 경기 연천 백학면 두일리 숨은 참 이름 자체는 ‘참’이 아니지만, 연천군 자료가 “적성의 옛 지리지”를 근거로 이곳에 급행 여행자 숙소와 편의를 위한 [站]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연천군도서관)
수막거리·
술막거리
華城直路撥站 관련 경기 수원 장안문 밖 발참 영향권 지명 지명 자체는 수막/술막이지만, 수원 장안구 자료가 1795년 화성직로발참 설치 이후 장안문 밖 술집거리 형성과 연결합니다. ‘참’이 직접 지명으로 남은 건 아니고, 참이 만든 생활지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안구청)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참’은 김포 수참리의 물길에만 남은 것이 아니었음을...
고지도 속 전주의 길목에는 구진참과 감암참이 있었고, 이천에는 대포참이, 충주에는 숭선참과 임오참이 남아 있었다.
현대의 이정표에서는 희미해졌지만,
옛 지도와 고지명 색인을 펼치면 참은 아직 도망가지 못한 채 길목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더 넓게, 한반도 북부까지 보면 백산참·법흥참·복죽참·입석참·취암참·흑참·황경래참 까지 => 이 포스팅은 솔직히 앞 부분은 여전히 내가 뼈대를 잡았지만, 표 안의 내용은 쳇지피티 검색의 힘이 컸다. (부정할 수 없는 AI의 능력;;;)

 

#역참제도 #역말고참 #원말고참 #쉬어가는참 #한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