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바골 바나니골 지명에서 '바''보'계열을 따라 바회에서 바퀴까지(보론)

잉화달 2026. 7. 11. 03:37

보론. 바회에서 바퀴까지

― 목재 본체와 축의 결합으로 본 구조적 어원 가설

1. 문제 제기

앞에서 살펴본 바나니골·바곡·진바곡의 ‘바’는 밧줄, 곧은 통나무, 재목처럼 길고 한 방향으로 뻗은 사물의 형상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었다. 충청도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 사용된 버껍데기·버급데기·바겁데기 역시 ‘바·버’가 통나무나 재목의 몸체와 밀접한 생활어였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대들보의 ‘보’ 또한 길고 곧은 목재를 공간에 가로질러 놓은 구조재이다.

이러한 바·버·보의 의미망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의 ‘바퀴’라는 말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바퀴는 둥근 물체이므로 얼핏 ‘곧은 재목’의 의미와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초기 바퀴의 재료와 구조, 제작 과정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기의 나무바퀴는 통나무나 두꺼운 판재를 둥글게 다듬은 바퀴 본체와, 그 중심을 꿰거나 양쪽 바퀴를 잇는 곧은 나무축으로 이루어졌다. 즉 완성된 형상은 둥글지만, 그 바퀴를 이루는 재료와 핵심 구조는 모두 곧은 나무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중세국어의 ‘바회’를 단순한 하나의 불투명한 어휘로만 보지 않고, 사물구조의 관점에서 ‘바+회’의 결합일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 있다.


2. ‘바회’에서 ‘바퀴’까지의 음형 변화

‘바퀴’의 옛 형태는 문헌에서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바회 → 박회·바쾨 → 박휘 → 바퀴

현재 국어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음운사적으로 설명하지만, 최초 형태인 ‘바회’의 내부 구조와 기원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특히 ‘바회’가 본래부터 하나의 단일어였는지, 아니면 두 개의 의미 요소가 결합한 말이었는지는 확정하기 어렵다.

앞선 연구에서는 ‘바회’의 ‘바·박’을 바깥 테두리, ‘회’를 축과 같은 중심 막대로 해석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바나니골과 바곡 연구를 통해서는 이 가설을 조금 다르게 확장할 수 있다. ‘바’를 단순히 바깥쪽 테두리로만 보지 않고, 곧은 통나무·재목 및 그것을 가공한 목재 본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상고시대 바퀴의 기본 구조

현대의 바퀴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지닌다.

  • 바깥의 테
  • 중심의 허브
  • 테와 허브를 연결하는 살
  • 바퀴를 지탱하는 축

그러나 초기의 나무바퀴는 이러한 요소들이 뚜렷하게 분화되지 않았다. 속이 찬 목재 원판이나 여러 판재를 결합한 둥근 본체에 구멍을 뚫고, 그 가운데 곧은 나무축을 끼우는 방식이 기본이었다.

따라서 초기 바퀴의 최소 구성은 다음 두 요소로 압축된다.

둥근 목재 본체 + 곧은 축

이 구조를 언어적으로 대응시키면 다음과 같은 가설이 가능하다.

: 통나무·재목으로 만든 바퀴의 본체
회·홰: 중심을 관통하거나 양쪽 본체를 잇는 긴 축대
바회: 목재 본체와 축이 결합한 회전 장치

이때 ‘바’는 반드시 둥근 테두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길고 곧은 통나무나 재목을 가리키던 말이, 그것을 잘라 가공한 바퀴의 몸체까지 가리키게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4. ‘바’와 목재 본체

바나니골·바곡·진바곡의 비교에서 ‘바’는 길고 곧은 밧줄이나 재목의 형상으로 해석되었다. 버껍데기 계열의 방언에서도 ‘버’는 껍질 자체라기보다, 그 껍질을 두르고 있던 통나무나 재목의 몸체와 관계된 말일 가능성이 있다.

통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된 형상을 지닌다.

  • 옆에서 보면 길고 곧은 막대나 재목이다.
  • 가로로 자르면 둥근 원판이 된다.

따라서 ‘바’가 길고 곧은 통나무를 가리켰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잘라 만든 원판형 바퀴의 이름에 쓰이는 것은 형태상 모순되지 않는다.

그 과정은 다음처럼 이해할 수 있다.

곧은 통나무·재목
→ 통나무를 가로로 자르거나 판재로 가공함
→ 둥근 바퀴 본체가 만들어짐
→ 그 본체에 축이 결합함
→ 바회라는 회전 장치가 형성됨

즉 ‘바’의 의미가 처음부터 ‘원’이나 ‘바퀴’를 뜻한 것이 아니라, 바퀴를 만드는 목재와 본체의 재료적 성격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5. ‘회·홰’와 중심축

‘홰’는 새가 앉거나 옷을 거는 길고 가는 막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횃대 역시 공간을 가로질러 설치한 긴 막대이다. 이러한 사물 형상은 바퀴의 중심축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바회의 ‘회’를 횃대나 홰와 연결한다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대응이 생긴다.

어형추정되는 사물바퀴 구조와의 대응
굵은 통나무·목재 본체 둥글게 가공한 바퀴 몸체
회·홰 길고 가는 막대 중심축 또는 양쪽 바퀴를 잇는 축대
바회 본체와 축의 결합 회전 가능한 바퀴 장치

이 가설의 장점은 바퀴의 이름을 완성된 외형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바퀴를 구성하는 두 핵심 부품과 제작 구조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다만 ‘바회’의 ‘회’가 실제로 횃대의 ‘홰’와 동일한 어원이라는 직접적인 문헌 증거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 대응은 음상과 사물구조가 일치하는 가설로 제시해야 한다.


6. 두 가지 구조 가설

‘바회’를 바와 회의 결합으로 본다면 적어도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6.1 바깥 테두리와 축의 결합

바·박: 바깥 테두리
회·홰: 중심축
바회: 바깥 테와 축이 결합한 물건

이 해석은 테와 중심축이 뚜렷하게 구분된 발달한 바퀴의 구조에 잘 맞는다. ‘바’가 바깥·외피·테두리와 연결된다는 가설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의 속찬 나무바퀴에는 오늘날과 같은 독립된 테와 살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이다.

6.2 목재 본체와 축의 결합

바: 통나무·재목으로 만든 바퀴 본체
회·홰: 길고 곧은 중심축
바회: 목재 본체와 축이 결합한 원초적 바퀴

이 해석은 초기 바퀴의 제작 구조와 더 잘 대응한다. 특히 바·버·보가 모두 목재와 선형 구조물의 의미망 속에서 관찰된다는 점에서, 이번 지명 연구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두 가설은 반드시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바퀴 제작기술이 발달하면서 ‘바’의 중심 의미가 목재 본체에서 바깥 테두리로 이동했거나, 두 의미가 서로 겹쳤을 가능성도 있다.

통나무·목재 본체
→ 둥글게 가공된 몸체
→ 바퀴의 외곽 부분
→ 바깥 테와 테두리

즉 재료를 가리키던 말이 점차 완성된 구조의 특정 부분을 가리키게 되는 의미 변화도 생각할 수 있다.


7. 직선과 회전의 관계

바퀴는 둥근 물체이지만, 그 기능은 직선 이동을 만드는 데 있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바퀴가 회전하면 수레나 물체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 점에서 바퀴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역설을 품는다.

곧은 나무로 둥근 장치를 만들고,
그 둥근 회전을 이용하여 다시 직선 이동을 만들어 낸다.

바·버·보의 의미망이 길고 곧은 재목과 관련되어 있다면, 바퀴는 그 의미망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복합적인 완성형일 수 있다.

  • 바나니골과 바곡의 ‘바’는 곧게 뻗은 재목의 형상을 지형에 옮긴다.
  • 버껍데기의 ‘버’는 그 재목의 몸체와 외피를 가리킨다.
  • 대들보의 ‘보’는 곧은 재목을 가로질러 놓아 구조를 만든다.
  • 바회의 ‘바’는 재목으로 만든 바퀴 본체가 되고,
  • ‘회’는 그 본체를 꿰어 회전하게 하는 축이 된다.

따라서 바퀴는 단순히 둥근 물체의 이름이 아니라, 곧은 목재와 축을 결합하여 회전과 직선 이동을 만들어 낸 장치의 이름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8. 국어학적 한계와 연구상의 가치

이 가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첫째, 바·버·보가 역사언어학적으로 동일한 어근에서 갈라졌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

둘째, 중세국어의 ‘바회’가 실제로 ‘바+회’의 합성어였다는 문헌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셋째, ‘회’와 ‘홰’가 음운적으로나 어원적으로 같은 말이라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

넷째, 초기 바퀴의 제작구조와 단어의 구조가 잘 맞는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어원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가설은 일정한 연구 가치를 가진다. 기존의 문헌 중심 어원론이 음형의 변화는 설명하면서도 최초 명칭이 왜 그러한 형태를 가졌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생활어·방언·제작기술·사물구조를 결합한 접근은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가설은 단순히 소리가 비슷한 말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다음의 자료가 하나의 의미망 안에서 만난다는 데 의의가 있다.

  • 밧줄을 뜻하는 바
  • 곧은 통나무와 재목을 가리킨 바·버
  • 버껍데기·버급데기·바겁데기
  • 대들보의 보
  • 횃대와 홰
  • 초기 나무바퀴의 본체와 축
  • 바나니골·바곡·진바곡의 선형 지형

따라서 이는 확정된 어원설이 아니라, 방언과 사물구조에 기초한 구조적 어원 가설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9. 잠정 결론

중세국어의 ‘바회’를 사물의 제작구조에 따라 분석하면, ‘바’는 통나무·재목에서 비롯된 바퀴 본체를, ‘회·홰’는 그 중심을 관통하거나 양쪽 바퀴를 연결하는 곧은 축대를 가리켰을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바회는 단순히 둥근 물건의 이름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복합 구조를 나타낸다.

바 ― 목재로 만든 몸체
회 ― 몸체를 꿰고 지탱하는 축
바회 ― 목재 본체와 축이 결합하여 회전하는 장치

이 해석은 ‘바’를 바깥 테두리로 보는 기존의 구조 가설과도 일부 양립할 수 있다. 초기에는 통나무나 목재 본체를 가리키던 말이, 바퀴 구조가 발달하면서 바깥 테두리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의미가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단계에서 가장 균형 있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바나니골과 바곡의 ‘바’는 곧은 재목의 형상이고, 버껍데기의 ‘버’는 그 재목의 몸체이며, 대들보의 ‘보’는 길게 놓인 구조재이다. 더 나아가 바회의 ‘바’는 그러한 재목으로 만든 바퀴 본체, ‘회’는 그것을 꿰어 굴리는 축이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퀴는 곧은 나무 본체와 곧은 축에서 태어난 둥근 장치이며, 회전을 통해 다시 직선의 이동을 만들어 낸다.

이 가설은 아직 문헌으로 입증된 어원은 아니다. 그러나 지명, 방언, 목재생활, 도구의 구조를 함께 놓고 보면, 바·버·보와 바회의 관계를 다시 검토할 충분한 단서를 제공한다.

 

추 : 곧다는 바르다.   바 ~ 바르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우리 몸의 발, 문에 거는 발, 햇발 - 햇살, 살미기, 부채살, 화살 처럼 발과 살이 직선에서 서로 변화해가는 부분도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명에서는 발이 대부분 음운현상 때문에 'ㄹ'탈락을 해서 바 계열로 바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의미 확장이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