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귀때기에서 산의 떼기골까지
- '때기·떼기·뙈기·대기·디기·띠기' 계열의
신체·지형 의미망 연구 -
복 권 승
2026년 7월
초록
우리말에는 귀때기·볼때기·등때기처럼 신체의 특정 부분을 도드라지게 부르는 말이 있고, 논뙈기·밭뙈기처럼 넓은 토지를 작은 구획으로 나누어 부르는 말이 있다. 전국의 지명에도 귀떼기골·젖떼기골·봉우떼기골·때기골·띠기골·번디기골·구들디기골처럼 이들과 음상과 형태가 비슷한 이름이 남아 있다.
이 말들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전적으로 귀때기·볼때기의 '-때기'와 토지 구획을 뜻하는 '뙈기', 동사 '떼다'의 명사형인 '떼기'는 서로 구별하여 다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신체·토지·지형에 나타나는 이들 어휘에는 연속된 전체에서 특정 부분을 구분하고, 경계를 지으며, 한 덩이로 도드라지게 인식하는 공통된 의미 감각이 존재한다.
특히 필자가 2017년 7월 9일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에서 진행한 김동섭 어르신과의 인터뷰는 이 의미망을 해석하는 중요한 현장 자료다. 어르신은 백월산의 방돌날을 '구들떼기'라고도 불렀으며, 그 까닭을 '구들장돌을 떼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사례는 '떼기'가 분리된 결과물만이 아니라 붙어 있는 돌을 떼어 내는 행위와 그 장소까지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핵심어: 귀때기, 볼때기, 떼기골, 뙈기, 번디기, 구들떼기, 신체 지명, 인지 의미망, 음상 의미망 |
차례
1. 연구의 출발점
2. 형태를 먼저 구별하기
3. 핵심 구술 자료: 백금리 방돌날과 구들떼기
4. 수집된 지명 계열
5. 지명 유형별 의미
6. 신체에서 지명으로 이어지는 의미망
7. '뚝·떼다·뗏장·떡'의 음상 문제
8. 자료의 신뢰도와 해석 단계
9. 현장 검증을 위한 조사 항목
10. 결론
1. 연구의 출발점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몸에는 귀때기와 볼때기가 있고, 산과 골짜기에는 귀떼기골·젖떼기골·번디기골이 있는가?
'전체에서 무언가를 뚝 떼어 내어 독립된 조각이나 구역으로 만든다'는 우리말의 감각은 신체, 사물, 경작지, 산과 골짜기의 이름에서 어떻게 되풀이되는가?
사람은 몸을 하나의 연속된 전체로 인식하면서도 귀·볼·등·배처럼 눈에 띄는 부분을 별도의 덩이로 구분한다. 산과 들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긴 산줄기에서 옆으로 불거진 봉우리, 큰 골짜기에서 따로 갈라진 작은 골, 비탈 사이에서 갑자기 평평해진 땅을 하나의 독립된 부분으로 인식하고 이름을 붙인다.
필자는 '때기·떼기·뙈기·대기·디기·띠기'를 무리하게 하나의 어원으로 환원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기원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는 말들이 부분·구획·돌출·분리·채취·덩어리라는 공통된 인지 영역에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만이 아니다. 귀는 몸에 붙어 있고, 논뙈기는 들에 이어져 있으며, 작은 골짜기도 큰 산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일정한 경계와 형태를 가진 하나의 독립된 부분으로 이를 인식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말하는 '떼기 의미망'의 중심은 물리적 단절보다 넓은 개념인 '부분화와 구획화'에 있다.
2. 형태를 먼저 구별하기
2.1 신체어의 '-때기'
국립국어원 사전은 '-때기'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하거나 속되게 이르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설명하며 귀때기·등때기·배때기·볼때기 등을 사례로 제시한다. 따라서 귀때기의 '때기'를 곧바로 동사 '떼다'에서 나온 형태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제 말의 작용을 보면 '-때기'는 단순한 비하 이상의 효과를 낸다. 귀가 귀때기가 되고, 볼이 볼때기가 되면 몸 전체에서 그 부위가 한층 도드라진 덩이처럼 지칭된다. 어원적으로 동일하지 않더라도 화자의 인지 속에서는 전체 몸에서 한 부분을 따로 구별해 바라보는 감각이 작용할 수 있다.
2.2 토지어의 '뙈기'
논뙈기·밭뙈기·땅뙈기의 '뙈기'는 경계를 지어 놓은 작은 토지 구획을 가리킨다. 이때 땅은 실제로 잘려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땅 위에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하나의 독립된 경작 단위가 된다. 이는 몸에 붙어 있으면서도 별개의 부위로 인식되는 귀때기·볼때기와 의미상 비교할 수 있다.
다만 오늘날 '밭떼기'는 밭에 심긴 농작물을 수확 전에 한꺼번에 사고파는 포전 거래를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따라서 토지의 작은 구획을 뜻하는 '밭뙈기'와 거래 단위를 뜻하는 '밭떼기'는 표기와 의미를 구별해야 한다.
2.3 동작과 장소의 '떼기'
'떼기'는 동사 '떼다'에 명사형 '-기'가 결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젖떼기는 젖을 떼는 행위나 시기를, 돌떼기는 붙어 있는 돌을 떼어 내는 일을 가리킨다. 이러한 행위가 특정 장소에서 반복되면 행위명이 장소명으로 굳어질 수 있다. 백금리의 구들떼기가 바로 그 가능성을 현장 구술로 확인해 주는 사례다.
표 1. 때기·뙈기·떼기의 기본 구별
| 형태 | 일반적 기능 | 대표 사례 | 연구상 주의점 |
| -때기 | 신체·사물의 부위를 속되거나 도드라지게 지칭 | 귀때기, 볼때기, 등때기 | '떼다'와 직접 같은 어원으로 단정하지 않음 |
| 뙈기 | 경계를 지은 작은 토지 구획 | 논뙈기, 밭뙈기, 땅뙈기 | 토지의 구획과 단위를 중심으로 해석 |
| 떼기 | 붙은 것을 떼는 행위 또는 그 결과·단위 | 젖떼기, 돌떼기, 구들떼기 | 행위명에서 장소명으로 옮겨 갈 가능성 |
| 대기·디기·띠기 | 방언형·음운 변이 또는 별도의 지형 요소 가능 | 번디기골, 젖띠기골, 구들디기골 | 개별 지명마다 현장 발음과 구술을 확인 |
3. 핵심 구술 자료: 백금리 방돌날과 구들떼기
필자는 2017년 7월 9일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에서 김동섭 어르신과 1차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당시 어르신은 81세였으며, 2024년 88세로 별세하였다. 어르신은 마을 앞 백월산의 '방돌날'을 '구들떼기'라고도 표현하였다.
'구들장돌 떼기 좋은 곳이라서 방돌날이라고 했다.'
- 김동섭 어르신 구술, 2017. 7. 9.,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
이 설명은 '구들떼기'를 단순히 구들처럼 평평한 지형으로 추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들장으로 쓸 넓적한 돌을 암반에서 떼어 내기 좋은 장소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의 전통 구들은 불길과 연기가 지나가는 고래 위에 넓고 얇은 구들장을 덮어 방바닥을 데우는 구조이므로, 구들장으로 쓰려면 일정한 넓이와 두께를 지니고 결을 따라 비교적 잘 갈라지는 돌이 필요했다.
백금리 사례의 명명 구조는 '방에 놓는 돌'이라는 용도의 이름과 '돌을 떼어 내는 곳'이라는 작업의 이름이 한 장소에서 겹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돌날은 방돌이 나는 산날 또는 방돌을 얻는 지대를, 구들떼기는 구들장돌을 떼어 내던 작업 장소를 가리킨다. 다만 '날'이 이 지역에서 산등성이·능선의 의미로 쓰였는지는 향후 지형과 추가 구술을 통해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표 2. 백금리 방돌날·구들떼기의 명명 구조
| 명칭 | 구성 | 구술에 따른 의미 |
| 방돌날 | 방돌 + 날 | 방바닥에 놓는 넓적한 돌이 나거나 이를 채취하던 백월산의 지대 |
| 구들떼기 | 구들 + 떼기 | 구들장돌을 암반에서 떼어 내기 좋은 곳 또는 실제로 떼어 내던 곳 |
| 구들장돌 | 구들장 + 돌 | 온돌 바닥을 덮는 넓고 비교적 얇은 판상석 |
이 구술은 '떼기'를 해석할 때 분리된 결과물뿐 아니라 분리 행위와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구들디기골·구들띠기와 같은 유사 지명도 지형의 평탄성만으로 설명하기 전에 판상석의 존재, 채석 흔적, 구들장 이용의 기억을 우선 조사해야 함을 시사한다.
4. 수집된 지명 계열
필자가 지명 검색을 통해 모은 자료에서는 디기골·떼기골·때기골·띠기골의 여러 표기가 함께 확인된다. 화면에 나타난 사례만으로도 이 계열이 특정 마을의 우연한 표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 지역의 지명에 반복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필자가 수집한 디기골·떼기골·때기골·띠기골 검색 사례(출처:하늘지도)
표 3. 화면에서 확인되는 주요 지명
| 표기 계열 | 주요 사례 |
| 떼기골 | 작은귀떼기골, 큰귀떼기골, 젖떼기골, 봉우떼기골 |
| 때기골 | 때기골, 단때기골, 소매때기골 |
| 띠기골 | 띠기골, 울띠기골, 장띠기골, 젖띠기골, 불무띠기골 |
| 디기골 | 새밭디기골, 번디기골, 쑥번디기골, 한디기골, 구들디기골, 아래어디기골, 윗어디기골, 불거디기골, 장구벌디기골 |
특히 충남 태안의 젖떼기골과 강원 평창의 젖띠기골은 앞말과 뒷말의 결합 구조가 거의 같다. 이를 곧바로 동일한 음운 변이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떼기·띠기'가 골짜기 이름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요소임을 검토하게 하는 좋은 비교 사례다.
구들떼기라는 현장 구술과 구들디기골이라는 지명을 함께 놓으면 '디기'가 일부 지역에서 '떼기·대기·띠기' 계열과 관련된 발음으로 기록되었을 가능성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디기 지명 전체를 떼기의 단순 변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지역에 따라 별도의 지형어, 다른 어휘, 행정 기록 과정의 표기 변형이 합류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5. 지명 유형별 의미
5.1 신체 부분 비유형: 귀떼기골
귀는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몸의 가장자리에 붙어 있으면서 밖으로 돌출되어 독립된 형상을 가진다. 따라서 산줄기의 가장자리에서 옆으로 불거진 지릉이나 큰 산체의 귀퉁이에 붙은 골짜기를 귀에 빗대어 귀떼기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 전체 산체의 가장자리에 자리한다.
· 본체와 이어져 있으나 옆으로 불거진다.
· 주변 지형과 구분되는 독립된 윤곽을 가진다.
귀때기·볼때기와 귀떼기골의 관계는 직접적인 어원 동일성보다 '몸의 부분을 인식하는 방식이 산의 부분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옮겨 간 것'으로 설명하는 편이 적절하다. 즉 몸을 지형의 원형으로 삼는 인지적 비유다.
5.2 모체에서 독립하는 지형: 젖떼기골
젖떼기골은 생활문화와 지형 비유를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아이의 젖떼기, 가축 새끼의 분리, 관련 민속과 연결된 장소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큰 산줄기나 넓은 골짜기에 기대어 내려오던 작은 골이 어느 지점부터 별도의 골짜기나 유역으로 독립되는 모습을 젖을 뗀 아이에 비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미 산이나 큰 골의 품에 붙어 있다가 별도의 작은 골짜기로 갈라져 나온 모습이, 어미에게서 젖을 떼고 홀로 서는 형상으로 인식되었을 가능성
이 해석은 반드시 현장 구술과 지형 대조를 거쳐야 한다. 젖떼기 풍속, 아이를 키우던 집, 목축이나 가축 관리와 관련된 설명이 확인된다면 생활사 해석을 우선해야 한다.
5.3 작은 봉우리의 분화형: 봉우떼기골
봉우떼기골은 큰 봉우리 옆에 작은 봉우리나 지릉이 붙어 있는 지형일 가능성이 있다. 본봉에서 짧은 능선이 따로 갈라지거나, 잘록한 목을 사이에 두고 작은 봉우리가 형성되거나, 작은 봉우리 아래에 짧고 둥근 골짜기가 자리할 때 '큰 봉우리에서 한 조각을 떼어 놓은 듯한 지형'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봉우'가 실제로 봉우리의 준말인지, 인명이나 다른 어휘인지부터 현장 발음과 옛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형태가 그럴듯하다는 이유만으로 지형 설명을 확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4 산중 평탄지형: 번대기·번디기·번데기
번대기·번디기·번데기 계열은 필자가 여러 지역의 지명에서 반복적으로 접해 온 말이다. 현장에서는 가파르게 내려오던 산줄기나 비탈이 산중턱 또는 자락에서 갑자기 완만해지며 넓고 길게 형성한 평탄지·완사면·버덩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산비탈에서 땅 한 조각을 뚜우욱 떼어 펼쳐 놓은 듯한 곳
이때 '번'을 벌판의 '벌'이나 '펀펀하다'의 '펀'과 직접 같은 어근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넓음·평평함·펼쳐짐의 이미지가 서로 가까운 의미망을 이루는지 비교할 필요는 있다. 번디기의 '디기' 또한 독립된 지형 단위를 만드는 요소인지, 지역 방언형인지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
5.5 생산·채취 행위형: 구들떼기
백금리의 구들떼기는 이 유형의 대표 사례다. 이 이름은 장소의 겉모양보다 그곳에서 이루어진 작업을 기록한다. 암반에 붙어 있는 판상석을 떼어 내고, 이를 방돌 또는 구들장으로 이용했던 생산 활동이 장소의 이름으로 남은 것이다.
불무띠기골·새밭디기골·장구벌디기골 같은 이름도 같은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불무나 대장간 작업, 새로 일군 밭, 특정 벌판의 한 구역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형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만들고, 캐고, 경작하고, 떼어 냈는지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6. 신체에서 지명으로 이어지는 의미망
이번 자료를 통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전이 구조를 제안한다. 이 구조는 동일 어원의 계보라기보다, 몸과 사물과 땅을 부분으로 나누어 인식하는 공통의 인지 의미망이다.
| 몸의 부분 귀때기·볼때기 |
사물의 조각 이불때기·돌조각 |
토지의 구획 논뙈기·밭뙈기 |
지형의 부분 귀떼기골·번디기 |
채취·작업 장소 구들떼기 |
첫째, 몸의 부분화에서는 몸 전체에서 귀·볼·등과 같은 부위를 도드라진 덩이로 구분한다. 둘째, 사물의 부분화에서는 큰 사물이나 물질에서 특정 조각을 구별하거나 떼어 낸다. 셋째, 토지의 구획화에서는 연속된 땅에 경계를 설정하여 하나의 경작 단위를 만든다. 넷째, 지형의 부분화에서는 산과 골짜기의 일부를 독립된 지형 단위로 인식한다. 다섯째, 물질의 채취와 장소화에서는 붙어 있는 돌이나 흙을 떼어 내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장소의 이름이 된다.
'때기·떼기·뙈기·대기·디기·띠기' 계열은 전체에 붙어 있으면서도 따로 구별되는 부분, 경계를 지어 독립시킨 구역, 본체에서 실제로 떼어 내는 행위와 그 장소를 아우르는 분절의 의미망을 형성한다.
이러한 관계는 필자가 앞서 살펴온 겨드랑이·저들이골 계열과도 만난다. 겨드랑이가 몸통과 팔 사이의 오목한 사이 공간을 통해 산과 들 사이의 지형을 설명한다면, 귀때기와 볼때기는 전체 몸에서 도드라진 한 부분을 통해 산의 돌출부와 땅의 구획을 설명한다. 우리말의 지명은 몸을 기준으로 땅을 읽고, 땅을 다시 하나의 거대한 몸으로 형상화한다.
7. '뚝·떼다·뗏장·떡'의 음상 문제
'뚝·떼다·뗏장·뙈기·떡'을 모두 같은 어원의 말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떡을 '떼어 낸 덩어리'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문헌적 근거 없이 계통 어원을 확정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부분은 어원론이 아니라 음상 의미망으로 제시해야 한다.
ㄷ·ㄸ 계열의 단단한 폐쇄음은 한국어 화자에게 끊김, 부딪침, 경계의 설정, 응집된 덩어리와 같은 물성을 환기할 수 있다. '뚝'은 흐름이나 연결이 갑작스럽게 끊어지는 소리와 모양을, '떼다'는 붙은 것을 분리하는 행위를, '뗏장'은 풀과 흙을 일정한 두께로 떠낸 덩이를, '뙈기'는 경계를 지은 토지 구획을, '떡'은 뭉쳐진 물질의 덩어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말들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언어 감각에서는 단단함·끊김·경계·응집·덩어리라는 이미지가 서로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를 '공통 어원'이 아니라 '공명하는 음상 의미망'으로 다룬다.
8. 자료의 신뢰도와 해석 단계
표 4. 자료와 해석의 단계별 판단
| 자료와 해석 | 신뢰도 | 판단 근거 |
| 백금리 구들떼기 = 구들장돌을 떼기 좋은 곳 | 매우 높음 | 현장 주민의 직접 구술 |
| 방돌날 = 방돌이 나거나 채취되던 지대 | 높음 | 구술 설명과 명칭이 일치 |
| 귀때기·볼때기 = 몸의 도드라진 부분 | 높음 | 일반어 사용과 사전적 용례 |
| 귀떼기골 = 산체 가장자리의 돌출부 | 중간 | 지형 대조와 구술 확인 필요 |
| 젖떼기골 = 큰 골에서 독립한 작은 골 | 중간 이하 | 생활사 유래와 경쟁 가설 비교 필요 |
| 번대기·번디기 = 산중의 넓고 평평한 지대 | 중간 이상 | 반복 사례가 있으나 개별 현장 확인 필요 |
| 떼기·띠기·디기·대기의 직접 음운 변이 | 유보 | 옛 표기·현장 발음·방언 자료 필요 |
| 떡·떼다·뚝의 공통 어원 | 낮음 | 어원보다 음상 의미망으로만 제시 가능 |
지명 해석에서는 '지형이 닮아 보인다'는 관찰이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생활사·생업·인명·설화와 관련된 지명은 같은 형태를 가진 지형 해석과 경쟁할 수 있다. 필자는 구술, 옛 표기, 지형, 지질, 토지 이용의 흔적을 서로 대조한 뒤 해석의 강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9. 현장 검증을 위한 조사 항목
향후 떼기·때기·띠기·디기 계열 지명을 조사할 때에는 다음의 질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현장 주민은 지명을 실제로 어떻게 발음하는가: 떼기, 때기, 대기, 띠기, 디기 가운데 어느 소리에 가까운가?
· 가장 오래 기억하는 표기와 한자 표기가 있는가? 행정지도에서 표기가 바뀐 적은 없는가?
· 지형은 큰 산체의 가장자리, 갈라진 지릉, 독립 봉우리, 산중 평탄지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가?
· 구들장·판상석·점토·잔디처럼 실제로 떼어 내거나 채취한 물질이 있었는가?
· 젖떼기, 가축 분리, 대장간, 밭 개간 등 생활문화와 생산 활동의 기억이 남아 있는가?
· 인접한 지명에 큰·작은, 위·아래, 안·밖처럼 한 쌍을 이루는 이름이 있는가?
· 동일 지역이나 인접 방언권에 같은 접미 요소가 붙은 다른 지명이 반복되는가?
이러한 질문을 적용하면 지명을 단순한 음운 추측에서 벗어나, 실제 마을 사람들이 땅을 나누고 이용하고 기억한 방식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10. 결론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떼기'를 단순히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지형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의 구들떼기는 암반에서 구들장돌을 실제로 떼어 내기 좋은 장소였다. 이 구술을 중심에 놓으면 떼기 계열은 전체에서 구별된 한 부분, 본체에서 분화되거나 도드라진 지형, 무언가를 떼어 내는 행위와 그 장소라는 세 층위를 함께 가진다.
| 전체에서 구별된 한 부분 | 귀때기·볼때기·논뙈기·밭뙈기 |
| 본체에서 분화된 지형 | 귀떼기골·젖떼기골·봉우떼기골·번디기골 |
| 떼어 내는 행위와 장소 | 구들떼기·구들디기골 계열 |
신체와 지형의 연결점은 완전한 단절에 있지 않다. 귀는 몸에 붙어 있고, 논뙈기는 들판에 붙어 있으며, 작은 골은 큰 산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이를 경계가 있는 하나의 독립된 단위로 바라본다.
귀때기는 몸에서 도드라진 한 부분이고, 밭뙈기는 들에서 구획된 한 부분이며, 떼기골은 산에서 따로 이름 붙일 만한 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계열은 필자가 구축해 온 신체와 지명의 의미망에 '몸의 부분 - 사물의 조각 - 땅의 구획 - 산의 돌출부 - 채취되는 물질과 작업 장소'라는 새로운 가지를 더한다. 겨드랑이가 산줄기와 들판 사이의 오목한 지형으로 옮겨 갔다면, 귀때기와 볼때기는 산과 골짜기에서 도드라지고 구획된 떼기·때기·디기·띠기로 다시 나타난다. 우리말은 몸을 통해 땅을 읽고, 땅을 다시 하나의 거대한 몸으로 불러 왔다.
자료 및 참고
• 김동섭 구술. 2017년 7월 9일, 청양군 남양면 백금리 1차 인터뷰. 조사·인터뷰: 복권승. 구술자 2024년 별세, 향년 88세.
• 복권승. '디기골·떼기골·때기골·띠기골' 전국 지명 검색 자료 및 화면 갈무리, 2026년 7월.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때기', '뙈기', '떼다', '뗏장' 관련 항목.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구들' 항목.
• 이 글의 개별 지명 해석 가운데 현장 구술이나 문헌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지형·음상·인지 의미망에 기초한 연구 가설이며, 추가 현장조사가 필요하다.
'마을이야기 > 터무늬-지명, 땅이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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